금융감독원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 도입을 사실상 재검토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은, 이 상품이 반도체 대형주로 자금을 과도하게 몰리게 하고 개인투자자의 초단타 매매를 부추기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는 판단이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상장된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 가운데 거래가 특히 몰린 상품들은 최근 큰 폭의 가격 하락을 겪었다. KODEX와 TIGER 에스케이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상품은 각각 24% 넘게 떨어졌다.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정방향 또는 반대 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도록 설계돼 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조정장이 오면 손실도 훨씬 빠르게 불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두 종목 주가가 11% 안팎 하락하자 레버리지 상품은 그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단순히 투자자 손실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체의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증권 박승진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은 원래 있었지만, 레버리지 상품이 그 충격을 더 키우는 데 간접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투자자들이 하루 안에 사고파는 단타 매매에 집중할수록 가격 변동폭이 커지고, 특정 방향으로 주문이 몰리면 실제 현물시장과 선물시장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피가 큰 폭으로 밀린 날에도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매매가 시장 흔들림을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거래 규모와 회전 속도는 이런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이들 상품은 상장 이후 6월 22일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0조원을 넘겼다. 22일 하루만 봐도 KODEX와 TIGER 에스케이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거래대금은 각각 5조8천억원, 3조9천억원이었고,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각각 2조4천억원, 1조6천억원에 달했다. 네 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만 13조7천억원이다. 개인 순매수 상위권도 사실상 이 상품들이 휩쓸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 27일부터 6월 12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하루 평균 매매 회전율은 122.5%였다. 회전율은 상장된 물량이 하루 동안 얼마나 자주 주인이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100%를 넘으면 사실상 전체 물량이 하루에 한 번 이상 거래됐다는 뜻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현물 주식의 회전율이 1% 미만이고, 국내 주식형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 평균 회전율이 30.2%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정책 도입 당시 기대했던 효과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자, 미국 증시로 향하던 이른바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개인 자금은 여전히 300조원 안팎에 이르고, 환율도 대외 변수와 통화정책, 지정학적 위험 등이 겹치면서 오히려 1,5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유인하고 환율 안정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초기 계산이 기대만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높은 회전율을 바탕으로 상당한 매매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까지 겹치면서, 감독당국은 상품의 시장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단일종목 고위험 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규제 강화나 상품 구조 재점검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