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4일 반등 마감에는 성공했지만 하루 동안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큰 폭의 출렁임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가 여전히 극심한 불안 국면에 놓여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1.86% 상승한 8,356.79로 출발한 뒤 한때 8,577.52까지 오르며 반등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오후 들어 매물이 쏟아지면서 한때 하락 전환했고, 장중 저점은 8,080.99까지 밀려 8,000선이 흔들리기도 했다.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는 496.53포인트에 달했다. 전날 10% 가까운 급락 충격 이후 저가 매수세와 차익 실현 물량이 맞부딪히며 시장이 방향을 잡지 못한 셈이다.
최근 시장 흐름을 보면 이번 변동성은 일시적 흔들림이라기보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불안의 연장선에 가깝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모두 17거래일 가운데 7거래일이나 종가 기준 4% 이상 오르내렸다. 6월 8일에는 8.29% 하락했고, 다음 날인 9일에는 8.18% 상승하는 등 하루 사이 투자 심리가 극단적으로 뒤집히는 장면도 나왔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 급변에 따라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막는 장치이고, 서킷브레이커는 주가 급락 때 시장 전체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제도다. 올해 코스피에서 매수·매도를 합친 사이드카 발동은 상반기에만 27번째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간 기록인 26회를 이미 넘어섰다. 서킷브레이커도 올해 들어 4차례 발동돼, 2000년 닷컴버블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연간 최다 기록을 웃돌았다.
시장 불안을 수치로 보여주는 대표 지표도 급등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한국형 공포지수)는 이날 한때 97.78까지 치솟아 한국거래소가 이 지표를 공표하기 시작한 2009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성지수는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주가 흔들림을 얼마나 크게 예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값이 높을수록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크게 흔들린 점은 시장 전체 변동성을 더 키웠다. 삼성전자는 장중 31만4천원에서 34만1천원 사이를 오간 끝에 34만500원(9.84%)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도 245만3천원부터 270만3천원까지 등락한 뒤 258만원(0.98%)에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55%에 이르는 만큼, 이들 주가 방향이 곧 지수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다.
이 같은 널뛰기 장세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투자 열풍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꼽힌다. 주가가 단기간 크게 오른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에 나서면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SK그룹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일 기준 64%에 이른다는 점을 짚었고, 이는 특정 대형주 쏠림이 심해질수록 작은 심리 변화도 시장 전체를 크게 흔들 수 있음을 뜻한다. 시장이 25일 새벽 발표되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업황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어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과거에도 좋은 실적을 내고도 오히려 주가가 조정을 받은 적이 있었다며, 이번 발표 역시 과열을 식히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해외 투자은행들도 당분간 큰 폭의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투자 상품이 다양해지고 투자자층이 넓어지면서 거래 유동성은 풍부해졌지만, 동시에 매매가 짧은 시간에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도 강해졌다는 의미다. 결국 향후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보다 분명해지고, 특정 종목에 집중된 자금 흐름이 완화되는지가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국내 증시는 반등과 조정을 반복하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