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제조 혁신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관련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공장 고도화와 AI 기술 도입을 위한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집중될 전망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9월 23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기반의 ‘자율화’ 실현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AI를 도입해 공정을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스마트제조혁신 3.0’ 개념과 맞닿아 있다. 이 개념은 단순한 정보화나 자동화를 넘어서, AI가 공정 전반을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수준을 지향한다.
한 장관은 강연에서 실제 사례를 통해 AI 도입의 효과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부품 제조사는 ‘AI 비전시스템’을 설치한 이후 제품 검사 시간이 기존 11.7초에서 0.7초로 줄어들었고, 혼입 불량 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그는 특히 노동력이 줄어드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AI 기술이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청년층 일자리 유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 중 20~30대 비율이 80%를 넘는다는 설명도 나왔다.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 수는 약 63만 개에 달하고, 이 중 공장을 보유한 기업은 16만 개 정도다. 그러나 스마트공장 보급률은 19.5%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고도화 단계로 분류되는 AI 도입 비율은 0.6%에 불과하다. 초기 투자비용과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이러한 격차를 낳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도 스마트제조 관련 예산으로 4,552억 원을 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2,073억 원 늘어난 금액으로, ‘제조 AI 솔루션·제품 개발’, ‘AI 기반 연구개발 및 성과확산’ 등 신규 항목도 포함됐다. 다음 달에는 2026년 스마트공장 구축지원을 위한 사전 공모도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생산 자동화 단계부터 자율 제조 실현까지 기업 수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 장관은 정책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차원에서 ‘스마트제조산업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법이 통과하면, AI 기반 제조 인프라 조성과 관련 산업 생태계 확산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중소 제조기업이 ‘진짜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청년층이 기피하던 제조업 현장을 고부가가치 일자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흐름은 중소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넘어서 AI 산업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편입되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장의 수용력과 교육, 노동 구조 전환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민간 기술 기업과 제조기업 간의 협업 촉진을 위한 구조적 연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