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인공지능 기반 여신감리 조기 경보 모형 도입에 나서면서, 담보보다 기업 신용에 크게 의존하는 정책금융의 위험 관리 체계를 한층 정교하게 손질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26년 4월 14일 인공지능을 활용한 여신감리 조기 경보 모형 구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여신감리는 대출 심사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적절했는지를 독립적으로 점검하는 기능이다. 이 가운데 조기 경보 모형은 차주의 이상 징후를 미리 포착해 부실 가능성을 앞당겨 살피는 장치로, 여신 건전성을 관리하는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수출입은행이 이런 시스템 고도화에 나선 배경에는 여신 구조의 특성이 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수출입은행 여신의 88.6%는 담보 없이 신용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일반 시중은행보다 정책금융기관은 기업의 수출, 해외 투자, 전략 산업 지원 같은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아 담보 확보보다 사업성과 신용 평가에 기대는 비중이 높다. 그만큼 기업의 재무 상태 변화나 산업 환경 악화 같은 위험 신호를 얼마나 빨리 읽어내느냐가 자산건전성 유지에 직결된다.
인공지능을 접목한 조기 경보 체계는 기존의 정형화된 심사 기준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변화를 더 넓게 살피는 데 목적이 있다. 기업 실적, 거래 흐름, 산업 동향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위험 가능성을 사전에 가려내면, 부실이 현실화하기 전에 관리 강도를 높이거나 대응 방식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도 생산적 금융을 이어가려면 여신감리 시스템이 잠재적 불확실성을 정교하게 관리하고 통제해야 한다며, 이번 사업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역할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단순한 내부 전산 고도화를 넘어, 정책금융기관이 위험 관리와 자금 공급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한 기반 정비로 볼 수 있다. 경기 변동성과 대외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신용 중심 여신을 많이 다루는 기관의 감시 체계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책금융권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전 위험 탐지와 여신 심사·사후관리 체계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