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개정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이후 처음으로 모회사 네이버를 직접 대상으로 한 공동교섭 요구 집회를 개최했다. 새 법의 적용 가능성을 바탕으로, 각 계열사의 노동조건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네이버가 이제는 사용자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그린팩토리) 앞에서 열린 이번 집회에는 네이버의 지배 구조 내에 있는 6개의 계열사 및 손자회사 노동자들이 참여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네이버가 직접적으로 100% 또는 최대 지분을 소유한 곳이다. 참가 기업에는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가 포함됐다.
이번 집회의 주요 요구 사항은 특별 인센티브의 통상임금 인정과 이를 연봉에 반영하는 것, 그리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연봉 인상률 제시였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올해 임금 교섭이나 단체교섭이 결렬된 상황이며, 이에 따라 이들 회사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절차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움직임의 배경에는 지난 8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있다. 이 법은 사용자의 판단 기준을 ‘근로조건에 실질적, 구체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본사가 그동안 개별 법인의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온 점이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 2018년 출범 이후 줄곧 네이버와 관계사들을 아우르는 통합교섭을 요구해왔지만, 네이버는 법인별 분리 교섭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최근 법 개정에 힘입어 “네이버는 모든 계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며, “이제는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네이버가 IT 산업 선도 기업으로서 노동 문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한글과컴퓨터, 카카오 등 타 IT 기업 노동조합도 참석해 연대를 표시했다. 특히 한글과컴퓨터 노조는 "웹툰, 검색, 광고 등 네이버의 주요 기능이 자회사와 손자회사 노동자의 생산성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들의 기여를 인정하지 않는 현 체계는 불합리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집회는 노란봉투법 시행이 촉발한 첫 본격적 대응 사례로 주목받는다. 향후 네이버가 법적 책임 주체로서 계열사 노조와의 직접 교섭에 나설 경우, 국내 플랫폼 산업 내 노동규범에 큰 전환점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 측은 단발성 요구를 넘어서 향후에도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