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2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면서, 20년 넘게 지연돼 온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된 14층, 4천424세대 규모의 대형 노후 아파트 단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재건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35층 높이 규제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지티엑스(GTX)-C 노선의 단지 지하 통과 문제,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겹치면서 사업이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번 사업시행계획 인가는 재건축 절차 가운데 실제 사업 집행을 눈앞에 둔 핵심 분기점으로, 앞으로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이주, 철거, 착공으로 이어지는 후속 단계의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사업이 속도를 낸 배경에는 서울시의 규제 완화와 신속통합기획 적용이 있다. 은마아파트는 2025년 11월 정비계획 변경 결정 고시를 받은 데 이어 2026년 2월 정비사업 통합심의를 통과했고, 이후 관계기관 협의와 주민공람 등을 거쳐 이번 인가까지 받았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통해 심의와 협의 절차를 묶어 처리하고 공정 관리를 강화한 결과, 통상적인 정비사업 처리 기간보다 약 1년가량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재건축 사업이 통상 수년씩 지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변화로 평가된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은마아파트는 대지면적 24만3천552.6㎡ 부지에 지하 6층~지상 49층, 공동주택 29개 동, 총 5천850세대 규모의 대단지로 바뀐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909세대와 공공분양주택 195세대가 포함된다. 민간 정비사업으로는 처음으로 역세권 용적률 특례가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용적률은 대지 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뜻하는데, 이를 높이면 같은 땅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공원, 공영주차장, 개방형 도서관, 침수 대응용 저류조 등 공공기여 시설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인가를 받았다고 해서 남은 절차가 단순한 것은 아니다.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는 조합원별 권리가액과 추가 분담금, 배정 평형, 일반분양 물량이 정해지는데, 이 과정은 조합 내부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할 수 있는 구간이다. 여기에 공사비 조정, 상가 조합원 권리관계, 이주 일정, 철거 공사의 안전관리도 사업 속도를 좌우할 변수로 남아 있다. 특히 기존 4천424세대가 한 시점에 대거 이주하게 되면 대치동과 강남권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군 수요가 집중된 지역 특성상 대규모 이주는 단기 전세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서울시와 강남구의 이주 시기 조율과 시장 관리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번 인가는 장기간 표류하던 은마 재건축이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서울시는 은마아파트를 핵심 공급전략사업으로 지정해 남은 절차를 밀착 관리할 방침이며, 강남구도 구청장 직속 테스크포스를 통해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번 인가가 신속한 재건축 추진의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서울시가 정비사업 절차 단축과 주택 공급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 성과는 남은 갈등 조정과 이주·착공 과정의 시장 충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