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도 테크 산업 전반에 AI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흥미로운 스타트업 투자 사례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업·물류·패션·보안·스타트업 정리업무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접목한 스타트업들이 연이어 자금을 유치하면서, AI 혁신이 산업 경계 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미국 LA에 본사를 둔 심플클로저(SimpleClosure)는 실패한 스타트업들이 시장에서 질서있게 철수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AI를 기반으로 규제 절차, 법적 문서, 투자자 공지 등 복잡한 청산 과정을 자동화해 창업자들의 부담을 줄인다. 최근 1500여 개 창업팀의 ‘연착륙’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심플클로저는 TTV 캐피털 주도로 시리즈 A에서 1,500만 달러(약 216억 원)를 확보했다. 심플클로저의 이번 투자 유치는 올해 들어 스타트업 자금난이 심화되고, 시드 단계에서 시리즈 A로 넘어가는 '졸업률'이 급감한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다.
트럭 운송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뉴욕 기반 옵티멀 다이내믹스(Optimal Dynamics)는 4,000만 달러(약 576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프린스턴대 출신 교수진이 창업한 이 회사는 복잡한 운송 일정과 리소스 배분을 최적화하는 의사 결정 시스템을 제공하며, 80% 이상의 수작업 업무를 자동화한다고 밝혔다. 기업 고객으로는 CRST, Uber 프레이트 등이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통해 운송 효율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AI가 물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캐나다 밴쿠버의 스타트업 베르디 익스페디션(Verdi Expeditions)은 노후된 농업 관개 시스템에 AI 기반 정밀기술을 도입해 외부 환경에서도 실내 농업 수준의 정밀 급수를 구현한다. SVG 벤처스가 주도한 이번 시드 라운드에서 470만 달러(약 67억 원)를 모은 베르디는 지난 한 해 동안 북미 전역 5000에이커 농지에 적용돼 약 1억 리터의 물과 10억 원 이상 인건비를 절감한 바 있다.
패션 판매 시장에도 AI 활용이 진입 중이다. 도지(Doji)는 AI 아바타로 가상의 피팅룸을 구현하는 패션테크 스타트업으로, 사용자가 셀카를 업로드하면 실제 체형과 유사한 디지털 모델이 다양한 옷을 입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달 시드 투자에서 1,400만 달러(약 202억 원)를 유치했으며, 투자에는 스냅 출신 창업자와 세븐 세븐 식스 벤처스 등 영향력 있는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향후 도지는 앱 내 직접 구매 기능과 소셜 커머스 기능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범죄 예방 분야에서도 AI가 현실에 접목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기반의 보안 스타트업 비전(Veesion)은 소매점 내 절도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AI 기술로 4,300만 달러(약 619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 유통 시장은 비전의 전체 매출 중 10%를 차지하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번 투자금은 미국 진출을 위한 현지 법인 설립과 인력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다. 미국 유통매장들은 지난해 약 50억 달러 규모의 물류 손실을 기록했으며, 비전은 이를 줄일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투자 트렌드는 단순히 AI 스타트업의 확장이라기보다는, AI가 다양한 산업 영역의 *근본적 문제 해결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월 투자 사례들만 보더라도 AI가 지닌 범용성과 실행력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