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기술 스타트업 앤듀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가 25억 달러(약 3조 6,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G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 가치를 305억 달러(약 43조 9,0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이번 라운드는 트레이 스티븐스(Trae Stephens)가 파트너로 활동 중인 창업투자사 파운더스펀드(Founders Fund)가 주도했다. 스티븐스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생산 기반을 확장하고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코스타 메사에 본사를 둔 앤듀릴은 2017년 설립된 이후 총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가 넘는 누적 투자 유치를 기록했다. 이번 시리즈 G에는 파운더스펀드 외에도 제너럴 캐털리스트, 안드레센 호로위츠,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 블랙록,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파운더스펀드는 이번 라운드에서 약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단독으로 투입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출자 사례를 만들어냈다.
한때 메타에서 해고됐던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공동 창업한 앤듀릴은 최근 메타와 협업도 발표하며 과거의 갈등을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지난 5월 미국 군을 위한 확장현실(XR) 장비 개발 협력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상업 기술 기업과 국방 기술 기업 간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 유치는 방위 산업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방위 및 보안 기술 부문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자금 투자 총액은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 수준으로, 올해 앤듀릴의 투자 유치액 하나로 지난해 전체에 육박하는 규모를 단숨에 채운 셈이다. 투자 건수 102건에 불과했던 지난 해와 비교할 때 방산 투자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방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최근 인공지능 및 센서, 자동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고조되고 있다. 미 국방부의 기술 현대화 수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맞물리면서, 민간 기술 기업 중심의 새로운 국방 기술 공급 체계가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앤듀릴의 사례는 기술 스타트업이 어떻게 고성장과 국방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유니콘’을 넘어선 ‘데카콘’ 레벨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 미국 방위 기술 분야의 투자 흐름이 앤듀릴을 기점으로 한층 더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