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TSLA)가 이번 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테슬라가 이 시장에서 경쟁사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평가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최고경영자(CEO)의 공격적인 확장 계획에 대한 월가의 의구심이 여전하지만, 시장은 테슬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런칭 기대감으로 상승 마감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6% 가까이 오르며 3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고, 이는 로보택시 상용화를 앞둔 기대심리가 깔린 결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오스틴에서 10~20대 규모의 차량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몇 달 안에 이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시장에서 두 가지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테슬라는 라이다나 레이더가 아닌 자체 실리콘 기반의 카메라 센서를 사용해 하드웨어 비용을 낮췄고, 이는 경쟁사 대비 차량 제조 단가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종단 간 AI 학습’ 방식으로 환경 인식과 주행 판단을 프로그램화하지 않고 논리 기반으로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확장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이 로보택시 비즈니스가 테슬라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내년 말까지 수십만 대 규모의 로보택시를 도로에 띄우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테슬라 역시 마일당 40센트 수준의 운영비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 목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했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감가상각, 보험료, 원격 운전자 비용 등을 합하면 마일당 약 1.34달러(약 1,930원) 수준이며, 마일당 비용이 40센트까지 내려가는 것은 204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까지 전 세계에서 운행될 테슬라 로보택시가 2,50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애드(Baird) 역시 머스크의 확장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며, 이같은 과도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 판단하고 최근 테슬라 주식을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은 로보택시 출시에 쏠려 있다.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테슬라의 본질이 ‘전기차 기업’이 아닌 AI와 로보틱스 회사라고 주장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자사 슈퍼컴퓨터 ‘도조(Dojo)’ 생산을 본격화했다. 그는 2024년 들어 소형 전기차 개발보다 로보택시 서비스에 자원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테슬라의 판매 부진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대가 투자자 신뢰를 흔들었다는 논란도 있었다. 특히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방안을 꺼낸 뒤 테슬라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고, 이달 초에는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 간 공개 설전이 벌어지며 또 다른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워싱턴과 거리두기’ 발언 이후 반등세를 탔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정치적 잡음이 테슬라의 기술 리더십을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딥워터 리서치(Deepwater Research)는 최신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AI 주도권 다툼에서 중국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율주행 기술의 성장을 막을 유인은 없다”면서, “연방정부는 냉철한 판단으로 이 산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로보택시 런칭은 단순한 서비스 출시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자율주행차 산업의 상업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AI 기반 택시의 실전 결과와 이에 따른 주가 반응이 머스크의 또다른 약속, 즉 테슬라의 미래 기업 정체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시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