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가축 기술 스타트업 ‘홀터(Halter)’가 1억 달러(약 1,4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인정받아 뉴질랜드 기반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라운드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기술 투자사 본드 벤처스(Bond Ventures)가 주도했으며,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 DCVC, 블랙버드, 아이스하우스 벤처스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홀터는 이번 자금 조달을 바탕으로 미국 농축산업 시장 확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창업자이자 CEO인 크레이그 피곳에 따르면, 미국 목장주 대다수가 55세 이상 고령자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상황에서 홀터의 자동화 솔루션이 명확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홀터 솔루션은 소수의 인력으로도 소떼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며 “현장에서의 상시 물리적 노동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고 강조했다.
홀터의 핵심 기술은 ‘가상 울타리’로,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스마트 목걸이를 소에 부착하고, 전용 앱과 연결된 기지국을 통해 소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통제·관리하는 방식이다. 스마트 목걸이는 진동과 소리 신호로 동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해 방목 효율을 높인다. 이를 통해 가축들의 식사 질이 개선되고, 환경적 영향도 줄일 수 있다.
이 기술은 호주의 퀸즐랜드 및 태즈메이니아 지방에서 이미 널리 채택됐고, 곧 뉴사우스웨일스,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로 확장 적용될 전망이다. 현지 법규상 ‘가상 울타리’ 기술이 합법화되는 시점을 대비해 규제 대응도 병행 중이다.
현재 홀터는 뉴질랜드, 호주, 미국에 걸쳐 총 2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미국 내 18개 주에서 약 150개 목장과 협력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투자가 미국 내 고객 기반을 수직적으로 확대하는 데 핵심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목축 산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관세 여파로 일부 산업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동화 기술 도입 확대 덕분이다. 글로벌 낙농 및 육류 시장 규모는 연간 1조5,700억 달러(약 2,2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드 벤처스의 파트너 닥원 채는 “농장은 수십억 명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핵심 기반이지만, 노동력과 시간, 자동화 부재 등 아날로그 한계로 정체돼 있다”며 “홀터는 이러한 농장 운영의 경계를 디지털로 허무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