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안 스타트업 프로핏 시큐리티(Prophet Security)가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3,000만 달러(약 432억 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AI 대 AI' 기반 보안 시장 공략에 나섰다. 수작업 중심의 기존 보안 대응 방식을 넘어서, 완전 자동화된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위협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전환점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프로핏은 이번 투자를 주도한 액셀(Accel)과 베인 캐피털 벤처스(Bain Capital Ventures)의 지원을 받아, 인간 분석가의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형 보안 운영센터(SOC)' 기술 확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CEO 카말 샤(Kamal Shah)는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자들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만큼, 방어 체계 또한 사람 중심에서 AI에이전트 중심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핏의 핵심 솔루션인 'Agentic AI SOC 플랫폼'은 수동 대응이 아닌 즉각 대응형 구조를 갖췄다. 기존 보안 시스템은 경고가 발생하면 인간 분석가가 질문을 던지고 해석해야 했지만, 프로핏의 시스템은 경고가 발생하자마자 스스로 조사를 진행하고 결론까지 도출한다. 이를 통해 다수의 기업 고객들은 하루 평균 960건에 달하는 보안 경고 중 40%가량을 검토조차 하지 못하던 문제를 해결해 왔다.
특히 눈에 띄는 성과는 AI SOC 분석기가 지난 6개월간 100만 건 이상의 위협을 독립적으로 분석하며 약 36만 시간의 수작업을 줄이고, 대응 속도를 10배 이상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오탐률(FP)도 무려 96%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AI가 전문가처럼 사고하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코파일럿' 보안 모델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프로핏은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등의 최신 AI 모델을 병행 적용하며 업무에 따라 최적화된 언어 모델을 선택하는 ‘에밸프레임워크(evals framework)’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보안 현장에서 AI의 신뢰성을 결정짓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을 방지하고, 분석 결과에 대한 설명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프로핏의 기술력은 도커(Docker)와 캐비넷웍스(Cabinet Works) 등 초기 고객사를 통해 입증됐다. 이들은 AI 기반 보안 시스템 도입 이후 수만 건에 이르던 경고 수량이 불과 몇 건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으며, 애널리스트가 진짜 위협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 강화 도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이버 전쟁의 판도가 AI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위협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들어 중국발 사이버 활동이 150% 급증하고, 음성 피싱 공격이 무려 442% 증가하는 등 갈수록 정교해지는 공격 양상에 기존 대응 방식은 한계를 드러낸 상황이다. 특히 79% 이상의 위협이 '멀웨어 없는(Malware-free)' 방식으로 탐지를 피해가고 있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딜로이트(Deloitte)는 올해 말까지 전체 대기업의 40%가 자율형 AI 소스를 자체 보안 시스템에 도입할 것이라 전망했다. 프로핏 역시 엔드포인트 보안(EDR), 보안 정보 이벤트 관리(SIEM) 도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호 운용이 가능하다는 확장성을 무기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다.
프로핏의 기술 철학은 '인간을 대체하는 AI'가 아니라 '인간 분석가의 역량을 확장하는 AI'다. 샤 CEO는 "분석가가 하루 종일 경고만 들여다보는 대신, 가장 핵심적인 4%의 위협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라며 "AI는 단순 반복 업무에서 인력을 해방시키고, 전략적인 보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결국, 프로핏 시큐리티가 단순히 기술적 성과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을 넘어, 사이버 보안의 주체가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전환 지점을 상징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투자 유치 당시 프로핏은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지 않았던 단계였으며, 액셀이 먼저 투자 제안을 한 것도 이들이 맞이하고 있는 시장 변화의 방향성과 가치를 정확히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