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가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하며 기술 IPO 시장의 회복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7월 31일(현지시간) 상장 첫날, 피그마 주가는 공모가 대비 200% 이상 급등하며 시장의 기대를 크게 웃돌았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피그마는 이번 상장을 통해 주당 $33에 공모가를 확정했으며, 이는 당초 제시한 $30~$32 범위를 상회한 수치다. 첫날 급등으로 피그마의 시가총액은 상장 직후 책정된 190억 달러(약 27조 3,600억 원)를 훌쩍 넘어섰다. 이번 IPO로 조달한 자금은 약 12억 달러(약 1조 7,3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약 3분의 1은 회사 성장 자금으로, 나머지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 매각 대금으로 활용된다.
피그마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딜런 필드(Dylan Field) 공동 창업자 겸 CEO는 IPO 서한에서 “플랫폼 확장이나 인수합병 기회를 포착할 경우, 과감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하며, 성장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장 배경에는 견고한 실적 성장세도 자리하고 있다. 2024년 피그마의 매출은 약 7억 4,900만 달러(약 1조 780억 원)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고, 올해 1분기에도 유사한 성장 곡선을 이어갔다. 2012년 설립 이후 피그마는 그동안 약 7억 달러(약 1조 100억 원)의 벤처 자금을 유치했으며, 지난해에는 어도비(Adobe)와의 인수합병 추진이 규제당국 벽에 부딪혀 무산된 후, 약 7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세컨더리 투자를 성사시켜 투자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피그마의 주요 주주 진영 역시 그 위상을 방증한다. 핵심 투자자 명단에는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 그레이록(Greylock), 클라이너 퍼킨스(Kleiner Perkins),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굵직한 벤처캐피털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 VC는 각각 피그마의 클래스 A 주식 8~17%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상장은 최근 기술주 IPO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올해 들어 코어위브(CoreWeave), 서클(Circle Internet Group), 차임(Chime) 등 굵직한 기술 기업들이 잇따라 성공적인 상장을 진행하면서, 벤처 자금 유입 부진으로 침체됐던 IPO 시장에도 다시 수요가 붙는 모습이다. 피그마의 경우, 클라우드 기반 협업 도구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제품 경쟁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입증하며 시장 내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 IPO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피그마의 성공적인 첫 거래는 투자자와 업계 전반에 적잖은 의미를 남긴다. 특히 플랫폼 역량과 강한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후속 상장을 준비 중인 테크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벤치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