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ware를 인수한 브로드컴(AVGO)이 복잡했던 기술 생태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며 파트너 전략에도 메스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VMware Explore 2025’ 행사에서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하는 동시에,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운 브로드컴의 방향이 뚜렷하게 제시됐다.
브로드컴의 핵심 전략은 복잡한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 네트워크를 간소화하고, 실질적인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사로 재편성하는 것이다. 브로드컴 파트너 및 관리형 서비스 부문 부사장 아흐마르 모하마드에 따르면 파트너 선정 기준은 명확하다. 단순히 라이선스를 재판매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 인프라 구성부터 보안, 컴플라이언스, 애플리케이션 관리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CSP 생태계를 엄격히 정리하고 있다. 단순한 부업이 아닌, 클라우드를 핵심 비즈니스로 삼는 기업과의 깊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라며 "파트너가 고객을 온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제품라인 간소화와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 판매가 아닌 ‘가치 부가 서비스’ 중심의 생태계로의 전환을 뜻한다.
실제로 브로드컴은 VMware 인수 이후 전체 수익의 약 19%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며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11:11 시스템즈의 최고 수익 책임자(CRO) 단테 오르시니는 "이전과 달리 이제는 하나의 통합된 스택에 집중하는 개발팀이 생겼고, 이는 클라우드 분야 파트너들과 최종 사용자 모두에게 새로운 혁신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VMware 클라우드 파운데이션(VCF)의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브로드컴은 이를 기반으로 파트너들이 단순한 IaaS(서비스형 인프라)를 넘어서, 관리형 클라우드 운영 및 차별화된 기업용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보안, 컴플라이언스를 겸비한 업계 표준 서비스 제공이 요구되는 만큼, 파트너의 책임도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브로드컴의 이 같은 전략은 결국 기업 고객의 클라우드 도입 속도를 높이고, 하이브리드 환경 내 유연한 인프라 설계를 돕는 방향으로 귀결된다. 행사에 참석한 실리콘ANGLE의 인터뷰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단순한 비용절감을 넘어 클라우드 전략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VCF 중심의 서비스 재편, R&D 강화, 파트너 통합 전략 모두가 결국 ‘단순성’과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략 변화는 단순한 마케팅 이상의 힘을 지닌다. 기술 영역뿐 아니라 사업적 구조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는 브로드컴의 접근 방식은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에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