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차량 간 통신(V2X)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센서 기반 주행 단계를 넘어, 차량이 주위 인프라·보행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고차원 협력주행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DSRC와 C-V2X 같은 차세대 통신기술이 필수적이다.
DSRC(차량 전용 단거리 통신 기술)는 5.9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300미터에서 최대 1킬로미터 정도 거리에서 차량 간 또는 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을 지원한다. 밀리초 단위의 저지연(통신 지연이 거의 없음) 성능 덕분에 충돌 경고, 급제동 알림, 긴급차량 통행 안내 등 실시간 안전 기능에서 강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커버리지(통신 범위)의 제약이 있어 장거리 연계나 원격 관제와의 통합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C-V2X(이동통신 기반 차량 통신)는 LTE, 5G, 앞으로는 6G까지 확장 가능한 기술로, 단거리뿐 아니라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범위 통신을 지원한다. 기지국과 클라우드, 교통관제센터를 통한 중앙 집중형 통신(Modes 3)과 차량 간 직접 통신(Modes 4)을 모두 연계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결합해 자율주행의 인지 능력과 효율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이동통신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에서는 통신 기능에 제약이 따를 수 있어 기지국 설치와 표준화 문제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자율주행 구현 단계에서도 이 두 기술의 역할은 다르게 나타난다. 레벨2~3의 부분 자율주행 단계에서는 센서 기반 기술이 중심이고, DSRC나 C-V2X는 보조적인 요소에 가깝다. 반면 레벨4~5의 고도 자율주행에서는 실시간으로 도로 인프라와 주변 차량, 보행자와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통신기술이 사실상 주축이 된다. 특히 C-V2X는 신호 체계나 교통센터와도 연동돼 협력주행, 비상 상황 대응 등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래 도시는 자율주행차, 도로 인프라, 교통망, 사람까지 하나의 실시간 연결망으로 작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자율적 판단과 통신을 통해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능동적 네트워크 노드로 진화한다. 사고 발생 시 DSRC로 인근 차량에 위험을 즉시 알리고, 동시에 C-V2X가 상황 정보를 관제센터와 응급 차량에 전달해 신속 대응이 가능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중이다.
이 같은 기술 흐름은 향후 스마트시티 조성과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통신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며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는 만큼, DSRC와 C-V2X는 상호보완적 협력 속에서 미래 교통망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율주행 환경,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교통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