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 고성능컴퓨팅(HPC)이 서로의 자리를 빼앗는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함께 쓰일 때 가장 큰 효과를 내는 ‘보완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아직 개발 환경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양자 기술의 대중화까지는 소프트웨어 접근성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HPE 월드 퀀텀 데이 행사에서 더큐브(theCUBE)와 진행한 대담에 따르면, 데이브 벨란테는 CPU와 GPU, 그리고 양자 프로세서(QPU)를 결합해 기존에는 풀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차세대 기술 혁신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폴 길린 역시 현재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은 사실상 ‘원시적 단계’에 가깝다며,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양자용 파이썬’ 같은 표준 개발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슈퍼컴퓨터 업무를 보조하는 ‘가속기’ 역할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의 단기 효과가 기존 워크플로를 대체하는 데 있기보다, 슈퍼컴퓨터가 처리하던 일부 연산을 더 빠르게 수행하는 ‘가속기’ 역할에서 먼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톰 벡은 양자컴퓨터와 HPC를 연결해 일부 계산은 기존 시스템에서, 가장 복잡한 양자 영역은 양자 장비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경로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두 시스템 사이의 정보 이동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다. 이는 양자컴퓨팅이 당장 모든 계산 환경을 바꾸기보다, 하이브리드 컴퓨팅 구조 안에서 특정 문제를 정밀하게 담당하는 방식으로 기업 현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아르곤국립연구소도 화학과 재료과학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을 실제 연구 흐름에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라 슐츠는 기존 HPC 환경에서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야 했지만, 양자컴퓨팅은 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 장비가 특정 구간 계산을 맡고, 그 결과를 다시 슈퍼컴퓨터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돌려 나머지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대중화의 걸림돌은 하드웨어보다 ‘엔지니어링’과 소프트웨어 스택
양자컴퓨팅은 중성미자의 거동 추적처럼 대규모이면서도 복잡한 문제에서 기존 슈퍼컴퓨팅을 뛰어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물류 최적화나 신약 개발 같은 상업적 활용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다만 실제 보급 속도는 물리적 제약과 엔지니어링 난제 때문에 예상보다 더디다.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의 크리스티 벡은 약물 상호작용의 기반이 되는 화학 문제에서 양자 기술의 기대 효과가 크지만, 문제 자체가 워낙 복잡해 물류 분야보다 상용 성과가 더 늦게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아미르 셰하타는 양자 기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스택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큐비트는 하드웨어 방식에 따라 동작 조건이 크게 달라진다. 초전도 방식은 수명이 짧고 빠르게 열화해 정밀한 시간 제어가 필요하고, 중성 원자 방식은 또 다른 제약을 가진다. 결국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는 이런 서로 다른 하드웨어 요구 조건을 모두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새로운 양자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완전히 낯선 기술만으로 구성되기보다, GPU처럼 이미 익숙한 연산 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양자컴퓨팅 확산이 기존 AI·HPC 생태계와 분리된 길이 아니라 연결된 경로를 따라 진행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핵심은 ‘언제 어떤 일을 양자에 맡길 것인가’
양자컴퓨팅의 진짜 가치는 모든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계산을 가장 적절한 시점에 맡기는 데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큐비트는 중첩과 얽힘 특성 덕분에 여러 해를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복잡한 수학 문제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핀란드 과학 IT 센터 CSC의 미카엘 요한손은 ‘녹색 전환’을 예로 들며, 더 나은 촉매와 차세대 배터리, 자석 개발에 양자컴퓨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과 첨단 소재 개발 같은 산업 과제에서 양자 기술의 활용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독일 라이프니츠 슈퍼컴퓨팅센터의 디터 크란츨뮐러는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작업을 시스템이 자동 분류해, 어떤 연산은 슈퍼컴퓨터에 보내고 어떤 연산은 양자컴퓨터에 넘기는 통합 구조가 더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호주 퍼스의 포지 슈퍼컴퓨팅 연구센터 역시 연구자들이 양자역학을 실험할 수 있도록 ‘세토닉스-Q’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파스칼 엘라히는 양자 연구자만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풀고 싶은 더 많은 이용자에게 접근 권한을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본격 대중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AI와 HPC를 대체하기보다 결합하는 방향에서 산업적 가능성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결국 시장의 분기점은 더 강력한 하드웨어 자체보다, 더 많은 개발자와 연구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환경과 통합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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