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V)가 오픈AI와 손잡고 인공지능 ‘에이전트 결제’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사용자가 직접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정해둔 한도와 조건 안에서 AI가 상품 검색부터 구매, 결제까지 처리하는 구조다.
이번 협업은 챗GPT의 ‘에이전트 커머스’ 확장 전략과 맞물린다. 글로벌 결제망을 보유한 비자($V)가 결제 인프라를 맡으면서, AI 기반 쇼핑이 추천 단계를 넘어 실제 거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자 결제망, 오픈AI 제품에 직접 연동
비자($V)와 오픈AI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자 페이먼트 포럼’에서 파트너십을 공개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비자의 결제 도구는 오픈AI 제품에 통합되며, 개발자와 판매자는 이용자 대신 AI 에이전트가 실행한 비자 결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핵심은 ‘이용자 통제 아래 자동 결제’다. 결제는 사용자가 사전에 설정한 지출 한도, 가맹점 유형, 추가 승인 여부 등 조건 안에서만 이뤄진다. 비자는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토큰화, 리스크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실시간 승인과 사기 탐지, 환불과 차지백 처리까지 맡는다.
회사는 토큰화된 비자 자격 증명을 활용해 보안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실제 카드 정보를 그대로 넘기지 않고, 대체 식별값으로 결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검색’ 넘어 ‘거래’로… AI 커머스 경쟁 본격화
이번 협업은 비자의 ‘비자 인텔리전트 커머스’ 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AI 중심 환경으로 결제 기능을 넓히려는 시도다. 양사는 개인 소비뿐 아니라 기업용 활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오픈AI의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를 활용한 개발자 결제 사례가 거론됐다. 향후 코덱스 에이전트가 사용자가 정한 범위 안에서 추론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기타 개발자용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제 업계는 이를 온라인 유통의 다음 격전지로 보고 있다. 비자의 글로벌 성장 총괄 루바일 버와드커는 악시오스에 “전체 거래 중 5건 중 1건 이상이 대형언어모델이 학습한 정보의 영향을 실제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예상보다 빠르게 바꾸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애플페이나 숍페이처럼 자연스러운 결제 경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시 시점은 미정… 오픈AI는 앞선 실험에서 고전
다만 양사는 구체적인 출시 일정이나 소비자 화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에이전트 결제’를 지원하는 기반을 먼저 구축하는 단계에 가깝다.
오픈AI가 AI 쇼핑 기능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챗GPT 안에서 엣시 판매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스턴트 체크아웃’을 선보였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고, 올해 관련 기능을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지난 3월 이 같은 철회 움직임을 보도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상품 사양, 리뷰, 가격 정보를 종합해 구매 가이드를 보여주는 ‘쇼핑 리서치’ 방식으로 접근법을 바꿨다. 즉, 결제 이전 단계인 상품 탐색과 비교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
관건은 보안과 유통망 적응력
잭 포리스털 비자 최고제품·전략책임자는 “AI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술보다 더 깊게 상거래를 바꿀 것”이라며 “AI 에이전트가 경제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수록, 거래가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며 매끄럽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비자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오픈AI의 커머스 파트너십 총괄 마르코 마루스도 에이전트가 구매와 결제는 물론 더 복잡한 금전 거래까지 맡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통합의 목적은 이런 거래를 ‘안전하고 투명하며 사용자 통제 아래’ 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단순한 기술 제휴 이상으로 본다. 에이전트 커머스 플랫폼 펌리AI의 공동창업자 쿠마르 센틸은 “에이전트 커머스가 상품 발견 단계를 넘어 실제 거래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전자상거래 인프라가 사람이 웹사이트를 클릭하는 흐름에 맞춰 설계된 만큼, 앞으로는 AI가 상품 정보를 해석하고 재고를 확인하며 옵션을 비교한 뒤 결제까지 마칠 수 있도록 유통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짚었다.
비자($V)와 오픈AI의 이번 협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AI가 ‘추천 도구’를 넘어 ‘지갑을 움직이는 주체’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대중화까지는 소비자 신뢰, 가맹점 시스템 개편, 책임 소재 정리 같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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