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지 않고 현장에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 대안으로 소형 천연가스 터빈과 피스톤 엔진 제조업체들이 새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와 블룸버그NEF 자료를 보면, 미국 내 자체 발전을 검토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55%는 가스 터빈을, 29%는 피스톤 엔진을 택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형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송전망 전력을 전제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력망 접속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설업체들이 독립형 전력 공급 체계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전력 수요가 폭증한 상황에서 전기를 제때 확보하는 일이 부지 선정이나 서버 도입만큼 중요한 변수가 된 것이다.
특히 피스톤 엔진은 발전 효율이나 배출가스,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가스 터빈보다 불리하지만, 조달이 빠르고 설치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피스톤 엔진은 1~2년이면 확보할 수 있지만 항공기 터빈 엔진은 약 3년, 대형 발전소용 터빈은 7~8년이 걸린다. 데이터센터 업계로서는 인공지능 서비스 확대 속도에 맞춰 전력 설비도 신속히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빨리 구할 수 있는 장비에 관심이 쏠리는 구조다. 여기에 전력 사용량이 급변하는 데이터센터 특성상 출력 조절이 빠른 피스톤 엔진은 대용량 배터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 수요는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수주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나스닥에 상장한 이니오는 젠바허 엔진을 통해 여러 데이터센터에서 약 8.3기가와트(GW) 전력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업체 클린뷰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운영사 밴티지 데이터센터는 텍사스 스타게이트 프런티어 캠퍼스에 젠바허 엔진 620대를 설치해 총 2.58GW 규모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니오는 올해 1분기 데이터센터 관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와 캐터필러도 각각 3.7GW, 3.6GW 규모 전력 생산 전망을 내놓았고,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이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캐터필러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피스톤 엔진 수주 잔고가 3.5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경제성도 시장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데이터센터용 엔진 시스템의 30년 예상 비용을 메가와트시(MWh)당 약 103달러로 추산했다. 이는 터빈 시스템의 106달러~109.5달러보다 낮고, 연료전지의 140달러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기업들은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캐터필러는 터빈 제조 용량을 2.5배로 늘리고 대형 피스톤 엔진 생산 능력도 2024년 대비 3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 전망이 밝다는 이유로 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는 설비 과잉이나 경쟁 과열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와 미국 전력 인프라 확충 지연 여부에 따라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