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투자에서 전력 공급 규모와 시점, 계통 인프라, 전기요금이 핵심 검토 조건으로 제시됐다.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삼정KPMG는 9일 ‘첨단산업 투자 확대와 에너지 인프라 경쟁력’ 보고서를 발간하고 첨단산업 투자 단계부터 전력 공급 규모와 시점, 증설 가능성, 장기 비용 부담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주요국이 에너지를 산업 경쟁력과 투자 유치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반도체·AI·첨단제조업 육성과 함께 전력망 수용능력 확대와 계통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과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여부가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력 수요가 늘면서 기존 산업의 전력 의존도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 전체 발전설비가 충분하더라도 수요 지역까지 전력을 전달할 송·변전망과 계통 인프라가 제때 구축되지 않으면 산업 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 발전소를 늘리는 것과 실제 산업 현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별도의 과제라는 의미다.
계통 인프라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요처까지 전달하는 송전·변전 등 전력망 설비를 뜻한다. 대규모 산업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발전량뿐 아니라 전력망의 수용능력과 연결 일정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사업장 단위에서 점검할 항목으로는 실제 공급받을 수 있는 전력 규모와 공급 시점, 생산시설 증설에 따른 추가 전력 확보 가능성이 제시됐다. 계획상 전력 공급량과 사업장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단순한 운영비를 넘어 장기 투자경제성을 좌우하는 변수로 꼽혔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배터리·철강·화학 산업에서는 전기요금 변화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생산원가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기요금과 공급 시점은 순현재가치(NPV), 내부수익률(IRR), 투자회수기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규모의 생산시설이라도 전력을 언제, 어떤 조건으로 공급받느냐에 따라 사업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는 생산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별도로 계획하기보다 동일한 가동 시점과 투자경제성을 기준으로 통합 검토해야 한다. 외부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늦어지면 생산시설 완공 이후에도 실제 가동이 지연될 수 있다.
삼정KPMG는 대응 전략으로 △사업장 단위 전력 공급여건 사전 확인 △공급 지연 위험의 투자경제성 반영 △외부 에너지 인프라와 생산시설 일정의 연계를 제시했다. 기업이 투자 의사결정 전에 전력 관련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문상원 삼정KPMG ESG비즈니스그룹 상무는 “첨단산업 투자에서 에너지는 더 이상 공장 가동 이후 관리해야 할 운영 이슈가 아니라, 투자의 실행 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기업은 투자 검토 단계부터 전력 공급 규모와 시점, 장기적인 비용 부담, 저탄소 전력 조달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조건을 투자 이후의 관리 항목이 아닌 사업 실행 조건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문 상무는 이어 “특히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에서는 생산시설과 에너지 인프라를 별도로 계획하기보다 동일한 가동 시점과 투자경제성을 기준으로 통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력 인프라 일정과 공장 가동 계획을 맞추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확대는 국내 산업 인프라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반도체·AI 기업 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이 의제로 다뤄진다고 보도했다.
AI 산업은 대규모 연산 장비뿐 아니라 이를 가동할 전력과 냉각 설비, 안정적인 소재·부품 공급망을 필요로 한다. 본지 역시 첨단산업 투자에서 전력·용수·인허가 등 기반시설이 함께 확보돼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는 첨단산업 투자에서 전력 공급 여건을 사전에 확인하고, 공급 지연 위험과 장기 비용을 사업성 검토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정KPMG는 생산시설 일정과 에너지 인프라 계획을 연계하는 방안을 대응 전략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