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가 새로운 추론형 언어모델 ‘o3-pro’를 공식 출시하며 또 한 차례 인공지능 기술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 모델은 기존 'o3' 모델의 성능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다양한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구글(GOOGL)과 앤트로픽, xAI 등 경쟁사의 최신 모델을 제쳤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모델의 가장 큰 강점은 복잡한 추론 과정을 요구하는 과학, 수학, 코딩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낸다는 것이다. 오픈AI는 ‘o3-pro’가 기존 o3 대비 문제 해결 능력과 응답 신뢰성, 명확성, 종합성 면에서 탁월하다는 내부 평가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특히 이번 모델은 웹 검색, 이미지 분석, 파이썬 코드 활용 등 외부 도구까지 활용할 수 있어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고정밀 AI 결과를 얻기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성능 향상의 대가도 있다. 오픈AI 측은 o3-pro의 응답 시간이 과거 모델에 비해 상당히 느려졌다고 인정했다. 복잡한 질문에 대한 정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다보니, 모델의 응답에 수 분이 소요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AI 스타트업 하이퍼볼릭랩스의 공동 창업자 유첸 진(Yuchen Jin)은 ‘Hi, I’m Sam Altman’이라는 단순 문장 입력에도 무려 3분 이상 기다려야 했고, 이 과정에서 80달러(약 11만 5,000원)의 비용이 든다는 게시물을 SNS에 올리며 o3-pro를 “가장 느리고 과도하게 생각하는 모델”이라 표현했다.
o3-pro는 아직까지 이미지 생성 기능이 없고, 오픈AI의 협업용 워크스페이스 플랫폼 ‘캔버스(Canvas)’에서도 지원되지 않는 한계가 있지만, 그 파워만큼은 확실히 입증됐다는 평가다.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AIME 2024 테스트에서 구글의 ‘제미니 2.5 프로’를 능가한 데 이어, 박사 수준의 과학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GPQA 다이아몬드 벤치마크에서도 앤트로픽의 ‘클로드4 오퍼스’를 제쳤다.
현재 o3-pro는 ChatGPT Pro 및 채팀 사용자에게 즉시 배포됐으며, 엔터프라이즈와 교육용 요금제 사용자에게도 다음 주부터 단계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또한 오픈AI의 API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가격은 입력 토큰 100만 개당 2달러(약 2,300원), 출력 토큰 100만 개당 80달러(약 11만 5,000원)로 설정됐다. 참고로 100만 토큰은 대략 75만 단어에 해당하며, 이는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 전체 분량과 비슷한 규모다.
오픈AI는 다소 높게 책정된 o3-pro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o3 모델의 이용료를 입력·출력 모두 80% 인하한다고도 밝혔다. 이번 인하 정책은 오픈AI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이 직접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밝힌 것으로, 사용자들의 폭넓은 실험과 접근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추론형 AI 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오픈AI가 내놓은 o3-pro는 그 성능과 확장성을 통해 다시 한 번 시장 표준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