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통신 3사, AI로 보이스피싱 원천 차단 나선다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기술을 동원해 보이스피싱에 대한 선제 대응 체계를 강화한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수사기관 등과 협력을 통해 실제 피해 사례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25년 8월 8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대응 현장 간담회’에서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관계 기관들과 함께 AI 기반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장관은 이 자리에서 “AI 기술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공공·민간간 데이터 공유 체계가 필요하다”며 “관련 부처와 협조해 불필요한 규제와 장벽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범죄가 발생하기 전 단계부터 대응 체계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초기 통화부터 자금 이체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흐름을 감시하고 감지하는 통합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실시간 감지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통신 3사 역시 AI 기술을 접목한 탐지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KT는 지난 7월 말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확보한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통화 기반의 탐지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탐지 정확도를 95%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통해 약 2천억 원 규모의 피해를 사전에 막는 것이 목표다. SK텔레콤은 경찰의 신고 정보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번호와의 통신 자체를 자동 차단하는 시스템을 2021년부터 운용 중이다. 향후에는 AI로 변조한 '딥보이스'(Deep Voice) 탐지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자사 앱 ‘익시오(ixi-O)’를 통해 실시간 경고 알림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6월부터는 전국 매장을 ‘보안 전문 매장’으로 전환해 피해 의심 고객을 대상으로 상담과 보안 조치를 지원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또한 KT와 마찬가지로 ICT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정부 보유의 보이스피싱 음성 데이터를 추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일정 조건 하에 기존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로, 신기술 실증에 필요한 핵심 수단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보이스피싱에 맞서는 ‘데이터 기반 대응 체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AI 탐지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실제 피해 규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측면과의 균형, 예상치 못한 편법 활용 가능성 등은 지속적인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