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와 SK그룹이 손잡고 울산에 대규모 인공지능(AI) 전용 데이터센터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AI 산업과 인프라 발전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AWS 인프라 서비스 책임자인 프라사드 칼야나라만 부사장은 9월 4일 SK텔레콤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이번 협력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건립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이 AI 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AWS와 SK그룹 간의 협력이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술 개발과 이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 확장에 결정적인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6월, AWS 및 SK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총 100메가와트(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2027년까지 울산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 내 AI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민감한 데이터를 해외 서버가 아닌 국내 인프라에서 처리하게 됨으로써 정보 통제와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WS는 이미 다양한 AI 기업들에게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앤트로픽, 데이터브릭스 등 유명 AI 회사들이 AWS가 자체 개발한 트레이니엄(Trainium)과 인퍼런시아(Inferentia) 같은 AI 전용 반도체를 이용하고 있으며, 수만 개 기업들이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을 통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향후 SK의 울산 데이터센터 내에 AWS의 전용 AI 구역이 들어서면, 한국 기업들 역시 이러한 글로벌 수준의 기술 자원과 개발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기술 혁신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최근 AWS는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설계한 EC2 Trn2 인스턴스 칩을 공개했는데, 이전 세대 대비 에너지 효율이 3배 높아지고, 냉각과 전력 사용에서도 눈에 띄는 개선이 이루어졌다. 또한 2세대 울트라클러스터 네트워크는 2만 개 이상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할 수 있으며, 데이터 전송 지연을 25% 줄이고 학습 속도를 최대 15%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칼야나라만 부사장은 이번 협력이 생성형 AI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컴퓨팅,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엣지 컴퓨팅(사용자 근처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는 AI 관련 작업을 국내에서 직접 처리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 주권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이 AI 산업에서 단순한 소비자 역할을 넘어서, 핵심 기술과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해외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울산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는 2027년 무렵에는 국내 AI 기술 생태계가 한층 더 탄탄하게 정비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