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수요가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온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비트코인 수요가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가격은 여전히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수요 모멘텀 지표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며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크립토퀀트가 발표한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실질 수요 증가량은 11만8,000 BTC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월 27일 기준 22만8,000 BTC에서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또한 수요는 3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의 전반적인 힘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형 투자자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매수 역시 동반 감소하고 있다. 앞서 한 달간 3.9%의 증가세를 보였던 고래 지갑 잔고 확장률은 현재 1.7%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운용하는 현물 ETF도 하루 평균 9,700 BTC에서 현재는 3,300 BTC로 크게 후퇴했다. 이는 ETF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이 급감했음을 시사한다.
신규 진입 투자자의 유입 둔화도 뚜렷하다. 단기 보유자의 총 보유량은 5월 27일 기준 530만 BTC에서 최근 450만 BTC로 줄었다. 이는 약 80만 BTC가 시장에서 빠져나갔거나 기존 장기 보유자로 이전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선물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단기 이익 실현을 위해 BTC를 매도한 후, 새로운 숏 포지션을 구축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BTC가 11만 달러(약 1억 5,290만 원)를 돌파한 후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분석과 맞물린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이란과의 긴장 고조로 미국이 군사 대응에 나선 직후인 10만2,700달러(약 1억 4,280만 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크립토퀀트는 핵심 지지 수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가격대로 ‘트레이더 온체인 실현 가격(Traders’ On-chain Realized Price)’인 9만2,000달러(약 1억 2,788만 원)를 제시했다. 만약 이 지지선이 무너진다면 다음 하방 목표 가격은 8만1,000달러(약 1억 1,259만 원)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다시 강세 흐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고래 투자자와 기관 중심의 ETF 매수세가 회복돼야 하며, 이와 함께 새로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의 회복이 없다면 BTC는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 아래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