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적자들이 미국 기업에 위장 취업해 암호화폐까지 훔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북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이 미국인의 신분을 도용해 원격 근무에 참여한 뒤, 암호화폐 자산과 민감한 기업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다수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노트북 농장’이라 불리는 수법은 북한 IT 인력이 도용 또는 위조된 미국 신분으로 미국 기업에 고용된 뒤, 원격으로 제공된 노트북에 접속해 실제 근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미국 내에서는 16개 주에서 총 29곳의 이런 형태 노트북 농장이 적발됐고, 당국은 현장에서 약 200대의 노트북과 연계된 금융계좌 29개, 사기성 웹사이트 21개를 동결시켰다.
이 중 일부 북한 노동자들은 캘리포니아의 방산업체에까지 침투해 인공지능 기반 무기 기술과 관련된 정보에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접근한 정보는 미국의 무기 수출 규제를 받는 민감 대상으로, 보안상 심각한 위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암호화폐 절도 혐의다. 조지아주 북부 검찰청은 원격으로 접속한 북한 인력 4명이 블록체인 기반 R&D 스타트업에 취업한 뒤, 개발 중인 소스코드를 조작해 총 91만5천달러(약 12억4천만원) 규모의 암호화폐를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에 체류하면서 미국 기업들과 원격 근무를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행위는 단순한 사이버 범죄를 넘어 북한 정권의 외화벌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FBI 측은 “북한 IT 노동자들이 민간인의 신원을 훔쳐 미국 기업을 속이고 있다”며, “관련 인프라를 차단하고 수익을 압수하는 한편, 미국 내 협조자들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점점 더 치밀한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노린다는 점에서 글로벌 보안 업계의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