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자산운용의 글로벌 매크로 담당 이사인 유리엔 티머(Jurrien Timmer)가 비트코인(BTC)이 향후 새로운 금융 질서의 일부가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미국 달러의 지위가 장기적으로 약화되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비달러권 자산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티머는 최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달러가 지속적인 하락세에 접어든다면, 미국 외 지역의 주식과 원자재, 그리고 비트코인에 유리한 환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비트코인이 최근 눈에 띄는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번 상황이 단기적 조정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달러는 올해 상반기 주요 통화 대비 10% 하락하며 1973년 이래 가장 부진한 반기를 기록했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시기와 맞물리는 이례적인 하락 폭이다. 유로화는 연간 기준으로 14% 가까이 급등하며 수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영국 파운드화 또한 최근 3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무역 긴장 고조와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우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전망이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금리 하향 조정은 달러 자산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 대체 투자자산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금은 통상적으로 실질금리와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지만, 이에 대한 상관관계가 최근 몇 년 사이 약화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티머는 “지금의 체제 변화는 3년 전 실질금리와 금 가격 간 연동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이미 감지되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금은 올해 들어 비트코인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냈지만, 티머는 2025년 이후 금이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에 그 ‘바통’을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목요일 기준 장중 최고가인 11만 322달러(약 1억 5,606만 원)를 기록했다. 이는 5월 22일 비트스탬프 거래소에서 달성한 역대 최고가인 11만 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에서 불과 2% 남짓 하락한 수준이다.
이번 전망은 미국 중심의 금융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암시하는 동시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이상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적 흐름이 시작됐음을 시사한다. 티머의 분석이 현실화된다면,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성 자산에서 글로벌 가치저장 수단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