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앙화 거래소(CEX)이 주류를 이루던 지형에서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DEX 거래 비중이 사상 최고치였던 27.9%를 기록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특히 팬케이크스왑(PancakeSwap)의 시장 점유율이 두 달 사이에 16%에서 42%로 급상승하면서 기관과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낸스 연구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DEX들의 거래량이 두 배 이상 급증한 반면, CEX의 거래량은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팬케이크스왑은 ‘인피니티’ 업그레이드를 통해 거래 속도와 수수료 효율을 개선하며 유동성까지 확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의 온체인 활동 증가가 더해져 DEX 생태계 전반의 수익성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고속 성장세를 보인 또 다른 프로젝트는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다. 이 플랫폼의 현물 거래량은 올해 1월 60억 달러(약 8조 3,400억 원)에서 6월에는 거의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까지 확대됐다. 솔라나(Solana) 체인의 펌프스왑(PumpSwap)도 사용자 참여를 견인하는 데 성공했으나 레이디움(Raydium), 오르카(Orca), 메테오라(Meteora)는 밈코인 열풍이 이어졌던 1월 이후 기대치를 밑돌며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DEX로의 자금 이동을 더욱 가속하는 요인 중 하나는 CEX들의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이다. 바이낸스 등 글로벌 거래소들은 유동성은 CEX에서 제공하면서도 결제는 온체인으로 처리하는 CeDeFi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끄러짐 없는 거래, MEV 공격 방지, 빠른 처리 속도 등 DEX의 약점을 상쇄하며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바이낸스 연구소는 이 같은 하이브리드 접근이 DEX의 확장을 돕는 동시에 중앙화 플랫폼이 갖는 규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방안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DEX는 비교적 자유로운 규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도입하며 손쉬운 실험이 가능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한편 전통적 CEX 플랫폼들은 여전히 소매 투자자 중심의 투기 수요와 거시경제 변수에 취약하다는 약점이 부각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에너지 공급 리스크 같은 외부 변수는 이들 플랫폼의 거래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DEX의 성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블록체인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존의 중앙화 모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유연성과 확장성을 앞세운 DEX 플랫폼들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