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리스테이킹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아이겐레이어(EigenLayer)의 개발사 아이겐랩스가 최근 전체 인력의 25%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플랫폼은 122억 달러(약 16조 9,580억 원)에 달하는 예치자산(TVL)을 보유하며 업계 선두를 달보는 프로젝트지만, 조직 운영 방식에 변화가 생기면서 일부 인력이 퇴사하게 된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의 결정이 아닌 ‘아이겐클라우드(EigenCloud)’로의 전략적 집중을 위한 조치다. 주스리람 칸난(Sreeram Kannan) 아이겐랩스 최고경영자(CEO)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아이겐랩스 역사상 가장 어려운 날 중 하나"라며, 회사를 보다 날렵하게 만들고 핵심 제품 확장을 위한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알렸다.
칸난 CEO는 이어 "세계 최초의 검증 가능한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목표"라고 밝히며 기술 중심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그에 따라 퇴사자들에게는 기본급 3개월치를 포함한 후속 보상이 제공되며, 의료혜택 유지 및 커리어 전환 지원 등도 병행되고 있다. 특히 가속 주식권 부여까지 포함돼 퇴사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발표에는 암호화폐 업계 인사들의 애도와 지원도 함께 이어졌다. 자신들의 조직에서 새롭게 합류할 수 있는 역할을 제안하는 댓글이 쇄도하며 커뮤니티 차원에서도 이들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편, 이번 구조조정은 아이겐랩스가 지난 6월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로부터 7,000만 달러(약 973억 원) 규모의 토큰 직접 투자를 유치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아이겐클라우드는 지난달 초 정식 출시됐으며, 새로운 수수료 모델이 리스테이킹 생태계를 확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월에도 a16z는 1억 달러(약 1,390억 원)의 시리즈 투자에 참여하며 아이겐레이어의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바 있다.
아이겐클라우드는 아이겐레이어의 리스테이킹 프로토콜 위에 구축된 시스템으로, 데이터 가용성(EigenData), 범용연산(EigenCompute), 분쟁 검증(EigenVerify) 기능을 한데 통합한 서비스다.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온체인 뿐 아니라 오프체인에서도 발생한 행동을 블록체인 수준의 신뢰로 검증할 수 있다.
이번 인력 조정은 2025년 들어 암호화폐 업계 전반에서 두드러지는 구조개편 흐름과도 맞물린다. 지난 4월, 거래소 크라켄은 기업공개(IPO) 준비 과정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원했고, 1월에는 암호화폐 분석업체 메시리(Messari)도 15% 규모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처럼 각사가 효율성과 핵심 역량 집중을 위해 체질을 바꾸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