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미국 하원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입법 처리에 나선다. ‘크립토 위크(Crypto Week)’로 명명된 이 기간 동안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민간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GENIUS 법안’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곧바로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ENIUS 법안은 월마트(WMT)와 아마존(AMZN) 같은 대형 소매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에 연동된 암호화폐로, 발행 회사가 이를 현금성 자산으로 1:1 비율로 보장하는 구조다. 이 같은 결제수단의 확산은 비자(V)나 마스터카드(MA) 등 기존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고도 거래를 진행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수수료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본 법안은 이미 상원을 68대 30이라는 큰 격차로 통과했으며, 하원에서도 무난히 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진작부터 해당 법안에 대한 지지를 밝혀 왔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미국을 디지털 자산 분야의 압도적인 선도국가로 만들 것”이라며 GENIUS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는 또한 자금 지분을 보유한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최근 자체 스테이블코인 USD1을 출시하며, 암호화폐 정책과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는 상황이다.
하원은 이외에도 암호자산 규제 체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Clarity) 법안’도 상정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사이의 감독 권한을 조정해, 규제 혼선을 줄이고 시장 참여자에게 일관된 룰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 역시 이 법안의 강력한 지지자로, 수십만 달러 규모의 입법 촉구 광고를 집행 중이다.
한편, 연준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막는 ‘CBDC 감시국가 반대 법안’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어서, 워싱턴 정가는 이번 주를 기점으로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최근 상승세도 이러한 입법 열기에 불을 지폈다. 지난 4월 8만 달러를 하회하던 비트코인은 최근 11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도권 참여 확대 기대감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분위기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원 논의를 단순한 법안 통과 이상의 전략적 터닝포인트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 및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정책에 적극 나서며, 그의 행정부가 암호화폐를 실물 경제에 통합하려는 기조가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