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거래량이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앞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포착됐다. XRP의 활발한 거래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흐름과 투자자 심리를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데이터 제공업체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지난 28일 업비트에서 XRP의 일일 거래량은 약 6억 달러(약 8,340억 원)에 달했다. 이는 거래량 기준으로 전체 1위이며, 다음으로 높은 거래량을 기록한 카이버 네트워크(Kyber Network)보다 약 2배나 많은 수치다. 이더리움은 이 지표에서 3위에 올랐으나, 비트코인은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BTC의 원화 거래량은 XRP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도 나타났다. XRP는 이곳에서도 거래량 1위를 기록하며 약 2억 4,000만 달러(약 3,336억 원) 규모의 거래가 발생했다. 그 뒤를 이어 테더(USDT)와 이더리움이 2,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비트코인은 펭구(PENGU), 도지코인(DOGE), 본크(BONK) 등 밈코인보다도 뒤처진 9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같은 거래량 급증은 구매 보다는 매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XRP는 이날 오전 한때 3.3달러(약 4,587원)선까지 상승했지만 저항선에서 밀려나며 3.15달러(약 4,379원)까지 하락해 24시간 기준 2% 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역시 각각 2.4%, 1.4% 가량 떨어지며 동반 약세를 보였다.
시장 전반의 주춤한 움직임에는 지정학적 긴장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이란을 향해 위협적인 발언을 내놓은 사실이 불확실성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군사적 긴장이 암호화폐 시장에 미칠 여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XRP 커뮤니티는 이번 거래량 급증을 기념하며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XRP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와 높은 관심이 여전하다는 방증이자, 알트코인 중심의 거래 생태계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거래량 증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만큼, 지속적인 상승세를 위해선 보다 강한 매수세 유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