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가 비트코인과의 가격 비율(XRP/BTC)에서 무려 7년 만에 박스권을 돌파하며 상승 모멘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적 공방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XRP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시장은 2017년의 강세장을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카스 아베(Cas Abbé)는 XRP/BTC 가격이 지난 2018년부터 장기 횡보세를 보여왔다며, 최근의 돌파가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돌파가 2024년 4분기에 나타났던 랠리를 재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XRP가 이더리움(ETH)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오를 것이라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은 법적 리스크의 완화와 ETF 관련 업데이트에 따른 것이다. 리플은 SEC와의 소송에서 당초 1억 2,500만 달러(약 1,739억 원)였던 벌금을 5,000만 달러(약 695억 원)로 줄이는 데 합의했으며,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XRP 판매 금지 명령도 해제됐다. 현재 최종 합의안 발표는 8월 중순으로 예상되면서, 이 시점 전후로 SEC가 아직 철회하지 않은 항소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XRP 현물 ETF가 조만간 승인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증폭되고 있다. 앞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ETF가 승인된 사례를 고려할 때, XRP 역시 제도권 투자 접근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TF 승인 시 유입될 자금이 XRP 가격에 장기적인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투자 심리를 방증하듯 고래 투자자들도 움직이고 있다. 온체인 분석가 알리 마르티네즈(Ali Martinez)는 최근 24시간 동안 6,000만 XRP가 대형 지갑으로 이전됐다고 전했다. 이는 약 1억 8,000만 달러(약 2,502억 원) 규모의 매수세로, 이들의 XRP 축적은 지난 한 달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XRP 네트워크 지표도 상승세를 시사하고 있다. 캡틴 레드비어드(Captain Redbeard) 분석에 따르면, XRP의 NVT 비율(네트워크 가치 대비 거래량 지표)은 최근 수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네트워크 활동 대비 자산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신호로, 강세 전환 직전에 나타나는 조건 중 하나다.
XRP는 현재 3.10달러(약 4,309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약 1,835억 달러(약 25조 5,015억 원)로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거래량은 56억 달러(약 7조 7,840억 원) 수준으로, 변동성은 다소 줄었지만 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물밑에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편, XRP와 관련된 별도의 범죄 사건도 발생했다. 유명 컨트리 가수 故 조지 존스의 부인 낸시 존스는 전 남자친구 커크 웨스트가 자신의 지갑에서 1,700만 달러(약 236억 원) 상당의 XRP를 탈취했다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웨스트는 지난 7월 24일 내슈빌국제공항에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의 시선은 XRP의 추가 상승 여부, ETF 승인 기대감, 그리고 SEC의 최종 대응에 집중되고 있다. 리플 관련 변수들이 빠르게 정리되고 있는 가운데, XRP의 시가총액 2위 탈환 시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