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에 유입된 70억 달러(약 9조 6,100억 원)의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유입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의 유출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축적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체인 분석가 크립토온체인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한 달간 테더(USDT) 50억 달러(약 6조 8,650억 원), USD코인(USDC) 20억 달러(약 2조 7,460억 원) 등 총 7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유입이 확인됐다. 이 같은 대규모 유입은 투자자들이 현금성 자산을 거래소로 옮겨 매수 타이밍을 엿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바이낸스에서는 약 15억 달러(약 2조 58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과 5억 달러(약 6,860억 원) 규모의 이더리움이 빠져나갔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탈중앙화 자산의 출금은 장기 보유를 목적으로 한 콜드 월렛 이동으로 해석된다. 이는 거래 시장에서 유통 가능한 물량이 줄어들며 공급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크립토온체인은 "거대한 ‘건식 화약(dry powder)’이 시장 외곽에 쌓이고 있다"며 "이 자금은 결정적인 매수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더리움 외 주요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점에도 주목하며, 본격적인 ‘알트코인 시즌’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분석가 코인드림은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최근 오히려 증가했으며, 이는 더 많은 입금이 이뤄졌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가격 하락 시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이 아직 강한 반등을 준비하지 못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 약 10만 7,607달러(약 1억 4,774만 원)로, 한 달간 약 12.2% 하락했다. 이는 10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 6,000달러(약 1억 7,310만 원) 대비 약 14.8% 낮은 수치다. 강한 매도세에 영향받은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 및 전쟁’ 관련 발언과, ‘OG’로 불리는 초기 고래 지갑들에서 약 18억 달러(약 2조 4,7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거래소로 이동한 정황이 있었다.
분석가 단 크립토 트레이드는 최근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주요 지지선인 10만 7,000달러 부근에서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등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는 점에서 시장의 전환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사례를 근거로 경계를 촉구하는 시각도 있다. 코인글래스는 2018년 10월처럼 ‘붉은 10월’ 이후 11월에 가격이 급락했던 전례를 근거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이번에는 기관 자금 유입과 바이낸스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자산 축적이 이뤄지고 있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의 단기 흐름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지만, 유입된 70억 달러의 규모와 비트코인 공급 감소는 중장기 관점에서 강세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시장이 방향성을 고민 중인 현재, 투자자들의 신중한 움직임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