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했던 경제학자 스티브 킨이 이번에는 비트코인을 향해 “가치가 결국 0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그의 문제의식은 단순한 가격 전망이 아니라 에너지, 기후 위기, 금융 구조를 포함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비판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08년 위기 맞춘 경제학자, 다시 경고
호주 출신 경제학자 스티브 킨은 2005년부터 과도한 민간 부채를 근거로 금융위기를 경고했던 인물로, 이후 이를 적중시키며 주목받았다. 그는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포스트케인지언 계열 학자로, 신용 팽창과 부채 구조가 경제 위기를 촉발한다고 보는 시각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이런 배경 때문에 그의 발언은 단순한 시장 의견을 넘어 거시경제적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에너지 낭비 구조”…0원 전망 근거
킨의 핵심 주장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그는 비트코인이 본질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채굴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 자체가 비효율적이며, 에너지 제약이 현실화될 경우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도 변수로 제시한다. 중동 긴장이나 에너지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 제한된 에너지는 필수 산업에 우선 배분될 것이며 비트코인 채굴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고정 공급 구조에 따른 디플레이션 문제도 제기한다. 비트코인은 가치 상승을 전제로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실물경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트코인이 국가나 기관의 지급 보증 없이 존재하는 만큼, 전통적인 의미의 화폐로 보기 어렵고 내재 가치가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결국 그의 논리는 “에너지 제약·기후 정책·디플레이션 구조·화폐 정의”를 종합할 때,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에너지·경제학 진영 일부 공감
킨의 시각은 일부 학계와 에너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일정 부분 공감을 얻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비트코인이 사회적 효용 대비 에너지 소비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으며,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채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해왔다.
또 일부 거시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 통화가 투자 위축과 부채 부담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설계가 현실 경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비트코인 진영 반박…“에너지는 보안 비용”
반면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이러한 비판에 강하게 반발한다.
이들은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낭비가 아니라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주장한다. 막대한 전력 투입이야말로 거래를 조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또 채굴은 에너지 가격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실제로는 플레어 가스나 수력 등 기존에 활용되지 못하던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례도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나 은행이 아닌 코드와 분산 합의가 신뢰의 기반이라는 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내세운다. 결제 기능은 별도 레이어에서 수행하고,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역할을 분리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0이냐, 디지털 금이냐’…충돌하는 두 세계
결국 논쟁의 핵심은 비트코인의 본질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한쪽은 이를 에너지 집약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투기 자산으로 보고, 다른 한쪽은 검열 저항성과 희소성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본다.
2008년 위기를 예측했던 경제학자의 경고와, 글로벌 자산으로 자리 잡은 비트코인의 시장 신뢰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시대의 화폐 실험
이번 논쟁은 단순히 비트코인의 가격 전망을 넘어, 앞으로의 금융 시스템이 어떤 조건 위에서 작동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제약과 기후 문제가 심화되는 환경에서, 비트코인의 구조가 지속 가능할지 여부는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다.
비트코인이 실제로 0으로 수렴할지, 아니면 또 한 번 위기를 넘어 살아남을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논쟁이 “미래 화폐의 조건”을 둘러싼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