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낮췄다. 이창용 총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2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며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몇 차례 인하할지 등 구체적인 방향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발표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6명의 위원 중 4명은 앞으로 3개월 안에 금리를 2.5%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나머지 두 명은 금리 유지에 무게를 뒀다. 기준금리의 영향, 미국 정책 변화, 부동산 흐름 등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다.
한은 총재는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우려도 강조했다. 특히 서울의 집값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기류가 역력했다. "금리를 너무 빨리 내리면 코로나19 당시처럼 주택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신중론도 덧붙였다.
이날 발표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급이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이 발행해야 한다"며, 민간 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화정책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은행권에서 관리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로,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감독가능한 범위 내에서 먼저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현재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원화 기반 예금토큰을 시험 운영 중이다. 이 총재는 이를 스테이블코인 발전의 베이스로 보고 점차 확장해 나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이어지기보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도 지적됐다. 그만큼 금리 정책을 실수 없이 설계해야 한다는 고민이 담긴 목소리다.
이번에 수정된 경제 전망 역시 다소 어두운 분위기다.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5%에서 0.8%로 크게 낮췄다. 수출보다 내수 회복이 중심이 될 것으로 한은은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