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유지한 가운데, 그 배경에는 물가 둔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데이터가 긍정적일지라도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히며, 금리 동결 결정의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선,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지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부터 단계적으로 철강, 알루미늄, 외국산 자동차뿐 아니라 반도체, 제약, 목재 등 다양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연준은 이 관세들이 향후 몇 개월 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같은 공식 인플레이션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금 당장 수치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요동칠 물가 흐름을 간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물가 상승률은 2022년 고점을 정점으로 점차 둔화돼왔고, 최근 발표된 수개월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예상치를 밑도는 흐름을 보였다. 일부 시장 참여자와 투자자들은 이런 수치를 근거로 금리 인하를 기대해왔지만, 연준은 당장의 지표보다 중장기적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어떻게 전이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며, 생산자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 구조 전체가 영향을 받는 변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견고한 노동시장 역시 연준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2%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속한다. 통상 금리 인하는 경기 부진 또는 고용 악화에 대응해 이뤄지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파월은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에, 다가올 리스크를 관찰할 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연준의 통화정책은 본질적으로 미래지향적이다. 과거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에도 앞선 데이터를 토대로 신속히 금리를 제로로 내렸던 전례처럼, 현재 역시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정책의 시계는 과거가 아니라 다가오는 흐름에 맞춰야 한다. 금리 인하가 반드시 옳은 시점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현재 입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연준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시적 지표에 휘둘리지 않고 통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당분간 시장은 연준의 금리 스탠스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