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과 중국 등에서 수입되는 산업용 로봇과 일부 화학·목재 제품에 대해 고율의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해당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서 정상 가격보다 낮게 판매되며,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2025년 9월 25일 제464차 회의를 열고 일본과 중국산 4축 이상 수직 다관절형 산업용 로봇에 대해 21.17%에서 최대 43.60%의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것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사는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HD현대로보틱스의 신청에 따라 시작됐으며, 예비 조사 결과 수입 제품의 낮은 가격이 국내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회의에서 태국산 섬유판에 대해서도 덤핑이 확인돼 11.92%에서 19.43% 수준의 잠정 덤핑방지관세 부과가 추진된다. 이 제품은 건축자재나 인테리어 마감재 등으로 활용되며,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주요 생산 주체다. 이와 함께 태국에서 수입되는 파티클보드(목재 폐기물을 압축해 만든 보드)에 대해서도 13.03%에서 15.18%의 관세를 향후 5년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중국산 치아황산소다(화학공업이나 물 처리에 쓰이는 백색 고체 물질)에는 덤핑 피해가 확정돼, 무역위는 앞으로 5년간 12.87%에서 33.97%의 덤핑방지관세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제품의 시장 가격이 규제 이전보다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며, 국내 생산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바탕이 됐다.
이외에도 무역위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도 조치를 내놨다. 국내 기업 후아이스아이피홀딩스가 신청한 임플란트용 드릴기 세트의 특허 침해 건에 대해서는 일부 침해 사실이 인정돼 관련 제품의 제조·수출 중단과 과징금 부과가 결정됐다. 태국산 이음매 없는 동관(산업용 배관자재)에 대해서는 덤핑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정식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으며, 또한 화장품 용기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도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이 같은 조치는 국내 산업 보호와 공정경쟁 유지를 위한 정부의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수입 제품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덤핑 수입에 따른 국내 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 향후 통상 압력이나 국제 보복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들 방안이 다양한 무역 분쟁의 신호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