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을 받아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중동 지역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뛰면서 석유류 가격이 급등했고, 그 충격이 국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번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6% 상승했다. 상승률은 2024년 7월 2.6% 이후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2.3%에서 올해 1월과 2월 2.0%로 다소 낮아지는 듯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진 뒤 3월 2.2%로 반등했고 4월에는 다시 0.4%포인트 높아졌다.
이번 물가 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에너지 가격이다. 석유류 물가는 21.9% 오르며 전체 물가를 0.84%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는 2022년 7월 35.2% 상승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는 21.1%, 경유는 30.8%, 등유는 18.7%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국내 주유소 가격과 운송비, 생산비를 거쳐 여러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이번에는 그 파급 효과가 본격적으로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공업제품 물가도 3.8% 올라 2023년 2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소비자가 장을 볼 때 직접 체감하는 물가의 흐름은 항목별로 엇갈렸다. 자주 사는 품목을 중심으로 산출해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2.9%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 높게 움직였다. 그러나 채소·과일·수산물 같은 신선식품으로 구성되는 신선식품지수는 6.1% 하락했다. 흔히 ‘밥상 물가’라고 불리는 신선식품 가격은 안정됐지만, 기름값과 공산품 가격 상승이 일상적인 지출 부담을 키운 셈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도 2.2% 올라, 일시적 충격을 덜어낸 뒤에도 기초적인 물가 압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제 원유시장은 중동 지역 군사적 긴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5일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4.44달러로 전장보다 5.80% 올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의 불안은 곧바로 세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흐름은 향후 국내 물가에도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길어지면 에너지뿐 아니라 제조업 원가와 물류비까지 자극할 수 있어, 당분간 물가 안정 여부는 중동 정세와 유가 흐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