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5월 초 수출이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큰 폭으로 늘어나며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가 수출 증가를 사실상 주도하면서 전체 수출 구조가 특정 품목에 더 크게 기대는 모습도 함께 나타났다.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5월 1일부터 10일까지의 통관 기준 잠정치를 보면, 수출액은 18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7% 증가했다. 조업일수는 지난해와 같은 5일이어서, 조업일수 차이에 따른 착시 없이 일평균 수출액도 36억9천만달러로 똑같이 43.7% 늘었다. 5월 1∼10일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이전 최고치는 2024년의 168억달러였다.
이번 수출 호조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은 85억달러로 1년 전보다 149.8% 급증해 5월 초 기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46.3%로, 지난해보다 19.7%포인트 높아졌다. 열 개 품목 가운데 사실상 절반이 반도체였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수요 증가가 이어지는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가 실제 수출 수치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도 382.8% 늘었고 석유제품은 2.4% 증가했지만, 승용차는 26.0%, 철강제품은 3.2% 줄어 품목별 온도 차는 뚜렷했다.
수출 시장은 주요국 전반에서 고르게 확대됐다. 대중국 수출은 81.8%, 베트남은 89.3%, 미국은 17.9%, 대만은 96.7%, 유럽연합은 11.3% 증가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미국 등 상위 3개 시장이 전체 수출의 55.3%를 차지해 한국 수출이 여전히 몇몇 핵심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도체 공급망과 정보기술 제조업 중심의 교역 구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아시아 생산거점과 미국 수요가 동시에 살아난 점이 수출 증가에 힘을 보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입도 함께 늘면서 비용 부담은 커졌다. 5월 1∼10일 수입액은 16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4.9% 증가했다. 원유 수입은 7.9%, 반도체는 41.4%, 반도체 제조장비는 129.7%, 석유제품은 100.8% 늘었고, 기계류는 1.9% 감소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액은 원유·가스·석탄을 합쳐 8.9% 증가했다. 중동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원유 수입액은 2월 20억달러, 3월 23억달러, 4월 28억달러로 꾸준히 늘어난 데 이어 이달 1∼10일에도 28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강세가 겹치면 같은 물량을 들여와도 더 많은 돈을 써야 하기 때문에, 수입단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수출이 수입을 웃돌아 무역수지는 1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수치는 한국 수출이 반도체 경기 회복의 수혜를 강하게 받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에너지 가격과 환율, 중동 정세 같은 외부 변수에 민감한 구조도 다시 확인시켰다. 앞으로도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 수출 증가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국제유가가 더 오르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길어질 경우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무역수지 개선 폭은 제한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