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7월 이후 달러화 대비 11.85% 오르며 상반기 약세를 되돌렸다. 달러-원 환율 하락은 국내 외환 수급 변화와 반도체 기업의 달러 매도, 외국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합인포맥스는 26일 칼럼에서 원화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달러화 대비 7.10% 하락했지만 7월 이후 두 달여 동안 11.85% 상승했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뉴질랜드달러화 상승률은 5.08%, 호주달러화는 4.25%였다.
8월만 놓고 봐도 원화 상승률은 3.52%로 주요 통화 중 높은 편이었다. 호주달러화는 2.39%, 태국 바트화는 2.11% 올랐고, 나머지 주요 통화 중 2% 이상 오른 사례는 많지 않았다.
상반기 원화는 주요 통화 가운데 낙폭이 컸다. 1월부터 6월까지 엔화는 3.52% 하락했고 호주달러화는 3.86% 올랐지만 원화는 7.10% 떨어졌다.
7월 이후 흐름이 바뀌면서 원화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3.80% 수준으로 돌아섰다. 호주달러화 7.87%, 브라질 헤알화 6.41%에는 못 미치지만 위안화 3.88%, 뉴질랜드달러화 3.78%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급 변화가 환율 방향을 바꾼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 3일 공개한 '외환시장; 원/달러 속락 이후 방향성' 보고서에서 7월 달러-원 환율 하락이 대외 달러 흐름보다 국내 달러 공급 확대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 조정과 국내 기업의 환전이 달러 매도 물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기업의 달러 매도와 외국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맞물리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은 8월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서 7월 수입물가지수가 전월보다 1.0% 하락했다고 밝혔다. 환율과 국제유가 하락이 함께 작용했다.
반면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1.0% 올랐다.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가격 상승이 수출물가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제시됐다.
정부의 외환시장 제도 개편도 원화 흐름의 배경에 놓여 있다. 재정경제부는 7월 6일부터 원-달러 외환시장이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중단 없이 운영된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같은 날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원화 글로벌 도약의 출발점'으로 설명했다.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는 해외 금융기관의 원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변화로 평가된다.
원화 국제화 논의는 원화 강세보다 시장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역외차액결제선물환 수요를 현물환과 외환스와프 시장으로 넓히는 과제를 전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2025년 달러·원 NDF의 글로벌 일평균 거래 규모가 약 681억 달러(약 94조원)라고 분석했다.
NDF는 만기에 실제 통화를 주고받지 않고 약정 환율과 만기 환율의 차액만 결제하는 선물환 거래다. 원화를 직접 보유하거나 조달하기 어려운 역외 투자자가 원화 환율 위험을 관리할 때 활용하는 시장이다.
원화 기반 금융상품의 온체인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본지는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 개념검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플룸(Plume)과 신한자산운용은 원화 초단기 채권 연동 펀드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현하는 방안을 점검한다고 밝혔다.
최근 원화 강세가 곧바로 원화 국제화의 완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24시간 외환시장 운영, 역외 원화 결제 기반, 해외 금융기관의 실제 거래 참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원화가 달러 대비 강해진 것은 확인된 사실이지만 국내 가상자산 시장과 원화 표시 디지털 금융상품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