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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도박과 투자의 경계에 선 암호화폐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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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유동성 역류와 과도한 레버리지가 비트코인 폭락을 불렀으나, 투자자는 ‘투기’라는 독배를 버리고 냉철한 리스크 관리로 시장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폭풍 속에서도 항로를 잃지 않는 비트코인 — 거센 시장 변동 속에서도 방향은 분명하다 /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폭풍 속에서도 항로를 잃지 않는 비트코인 — 거센 시장 변동 속에서도 방향은 분명하다 /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비트코인이 다시 한번 시장에 잔인한 교훈을 남겼다. 8만 9,250달러를 터치하며 사상 최고가 탈환의 꿈에 부풀어 있던 시장은 불과 30분 만에 8만 5,000달러 선으로 수직 낙하했다. 눈 깜짝할 새 증발한 4,000달러의 가치는 이 시장이 얼마나 가혹하고 냉정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핵겨울(Nuclear Winter)’의 재림을 경고하고, 블룸버그 등 미 주요 외신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풍’을 소환하며 거품 붕괴를 예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란스러운 풍경 너머에는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거대한 구조적 변화와 내부적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급락의 배후로 흔히 ‘세력의 조작’을 의심하지만, 실상은 그보다 훨씬 기계적이고 냉혹하다. 진범은 바로 과도한 ‘레버리지(leverage·차입)’와 메마른 ‘유동성’이다. 현재 암호화폐 선물 시장에서는 100배에 달하는 무리한 레버리지가 일상적으로 동원된다. 이는 잘 마른 장작더미와 같아서 작은 가격 변동이라는 불씨 하나에도 전체 숲을 태워버리는 연쇄 발화, 즉 ‘강제 청산의 폭포(Liquidation Cascade)’를 일으킨다. 지난 10월 10일 대규모 청산 사태로 마켓 메이커들의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한번 시작된 도미노를 막아낼 방패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결정적 트리거(Trigger)는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이다. 오늘 0.75%로의 인상은 1995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다. 이는 전 세계 자산 시장의 ‘공짜 땔감’ 역할을 했던 5조 달러 규모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역류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엔화를 빌려 암호화폐를 샀던 글로벌 자금들이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산을 던지는 ‘유동성 가뭄’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결국 비트코인이 맞은 직격탄은 일본발(發) 거시경제의 지각변동이 암호화폐라는 가장 약한 고리를 타격한 결과다.

이 혼란 속에서 독자들은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한쪽에서는 ‘튤립 투기’라 비난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채굴량의 몇 배에 달하는 물량을 조용히 쓸어 담고 있다. 비유하자면, 거친 파도에 배가 흔들린다고 해서 바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리한 돛을 올린 배(레버리지 투자자)가 먼저 전복될 뿐이다. 암호화폐 투자는 이제 ‘무엇을 사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견디느냐’의 싸움으로 변모했다.

암호화폐라는 혁신적 자산이 제도권의 ‘디지털 금’으로 안착하기까지 변동성이라는 수업료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100배 레버리지라는 독배(毒杯)를 마시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에게 시장은 언제든 파멸을 선사하는 도박장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산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냉철한 이성이다. 핵겨울이 올지, 새로운 봄이 올지는 차트가 아니라 투자자 스스로가 선택한 ‘투자 방식’에 달려 있다. 거대한 유동성의 역류가 시작된 지금, 당신의 배는 과연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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