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기술주 급등·금융주 부진 속 혼조…AI 종목은 최고가 행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6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된 가운데, 미국 증시는 기술주의 선전에 힘입어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0.4% 하락했고, 다우지수는 1% 하락하며 400포인트 이상 빠졌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2% 상승해 장중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CPI 상승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관세 조치가 식료품과 의류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데 따른 결과다. 당초 시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기를 기대했으나, 물가 상승세가 재차 확인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후퇴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을 끈 또다른 이슈는 미국 대형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였다. 스테이트스트리트(STT)는 2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1년 전과 비교해 이자수익이 감소하면서 주가는 7.3% 급락했다. 총 지출 역시 전년 대비 11% 증가했는데, 이 중 약 1억 달러(약 1,440억 원)가 인력 구조조정 및 성과급 인상, 기술 인프라 투자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BLK)은 2분기 순운용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2조 5,000억 달러(약 1,800조 원)를 돌파했지만, 수익은 시장 예상을 밑돌았다. 대형 기관투자자의 인덱스펀드 대규모 환매가 순유입 감소로 이어지면서 매출에 부담이 됐고, 주가는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가에서 5.9%나 후퇴했다.

반면 반도체 업계는 분위기가 달랐다. 엔비디아(NVDA)는 자사의 AI칩 H20의 중국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4% 치솟으며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같은 소식은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AMD 등 AI 관련 종목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됐다. 이들 종목은 각각 6.9%, 6.4% 상승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엔비디아의 중국 재진출은 최근 젠슨 황 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협의를 진행한 데 따른 결정이어서, AI 기술에 대한 미중 간 산업협력 흐름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슈퍼마이크로는 서버 수요 급증과 함께 엔비디아 부품 공급 확대가 예상되며, 씨티그룹은 이 회사 주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한 상태다. 또 AMD는 최근 HSBC 분석가들이 엔비디아와 견줄만한 AI 반도체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 투자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한편, 퍼스트솔라(FSLR)는 제프리스의 투자의견 상향에 힘입어 주가가 6.9% 상승했다. 이 증권사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실행 가시성이 커지면서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수요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장기 수요 전망에 기대를 건 투자심리가 주가에 반영됐다.

이날 증시 전반은 대형 금융주의 부진과 기술주의 급등이 엇갈린 가운데 탄탄한 성장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AI 관련주가 다시 한 번 시장을 이끌며 주목도를 높였다. 다가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