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1일 8% 넘게 급반등했지만, 최근 10거래일 동안 시장을 떠받치던 개인 투자자는 대규모 순매도로 돌아섰고 대신 기관이 강한 매수에 나서면서 증시의 수급 주도권에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06.64포인트(8.42%) 오른 7,815.5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3.85% 상승한 7,486.37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7,819.23까지 오르며 반등 폭을 키웠다. 전날 지수를 크게 흔들었던 삼성전자 총파업 우려가 노사 임금협상 잠정 합의로 일단 진정된 데다, 미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2조6천385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같은 기간 40조282억원을 사들였던 흐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장 초반에는 순매수를 유지했지만 오전 10시 25분께부터 매도 우위로 방향을 바꿨다. 특히 제조업종에서 2조5천666억원, 전기·전자 업종에서 2조4천269억원을 순매도해 그간 강하게 사들였던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에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은 이날도 2천417억원 순매도로 집계돼 매도 기조 자체는 이어졌다. 다만 최근 10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4조4천428억원을 순매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도 강도는 크게 약해졌다. 그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과 1,500원선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 부담을 이유로 국내 주식을 강하게 팔아왔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자산의 환차손 우려가 커져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날 외국인 매도 축소는 시장 불안이 일부 완화됐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반면 기관은 2조8천84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반등의 핵심 동력이 됐다. 증권가에서는 오후 들어 기관 매수세가 확대되고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면서 상승폭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은 816억2천만달러, 주당순이익은 1.87달러로 각각 시장 전망치인 788억5천만달러와 1.76달러를 웃돌았다. 여기에 한국의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202% 증가한 점도 국내 반도체 업종에 힘을 보탰다. 다만 변동성지수인 브이코스피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원·달러 환율이 전일보다 10원 넘게 올라 1,507원을 기록한 점은 여전히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이날 시장은 악재 해소와 실적 호재가 맞물리며 강하게 반등했지만, 개인의 매수 일변도 흐름이 꺾이고 기관이 바통을 이어받는 변화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외국인 매도가 실제로 멈추는지, 환율 부담이 완화되는지, 그리고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실적과 수출로 계속 확인되는지에 따라 좀 더 뚜렷한 방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