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AI 인프라 기업 페르미(FRMI)를 둘러싼 지배구조 갈등과 대형 전력 인프라 투자 계획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토비 뉴게바우어(Toby Neugebauer)는 최근 텍사스 상업법원 판사의 돌연한 ‘회피’로 일정이 흔들리자 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위임장 대결을 일시 중단했지만, 이미 집계된 투표의 약 70%가 특별 주주총회 개최에 찬성했다고 밝히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동시에 페르미는 ‘프로젝트 마타도르’ 실행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글로벌 EPC 업체들과 잇달아 계약을 체결하며 전력 공급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경영권과 전략 방향을 둘러싼 ‘지배구조’ 충돌이다. 뉴게바우어는 이사회가 소송을 증거개시 전 단계에서 서둘러 기각하려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향후 법원을 통한 구조 개편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별도 입장문에서 “시장과 주주들은 명확한 답변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70%에 달하는 찬성 비율이 사실상 주주 기반의 불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 수준의 찬성률은 실질적인 변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사법 절차 지연으로 ‘일정 리스크’가 커진 점은 단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업 측면에서는 공격적인 전력 인프라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페르미는 텍사스 아마릴로의 하이퍼스케일 캠퍼스 ‘프로젝트 마타도르’ 1단계에서 지멘스 SGT-800 가스터빈 6기(6x1)에 대한 발전 플랜트 부대설비를 프리모리스 서비스(PRIM)에 맡기며 설계·조달·시공(EPC)을 일괄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계약은 초기 부지 공사에 이은 확장으로, 공정 압축과 ‘납기 리스크’ 저감이 목적이다. 2단계에서는 스페인 EPC 기업 TSK와 손잡고 지멘스 SGT6-5000F 터빈 3기에 대한 선행 엔지니어링을 진행해 인허가와 현장 가동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이러한 투자가 전력 확보 병목을 해소하고 AI 전용 데이터센터 수요를 흡수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정책 및 환경 측면의 메시지도 강화하고 있다. 페르미는 텍사스 주의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물 사용 80% 절감’을 목표로 한 4대 전략을 공개했다. 건식·하이브리드 냉각, 공정수 재활용, 용도별 수질 최적화, 지속적 기술 개선이 골자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물 양(+)’ 운영을 지향하며, 아마릴로 시에 통상 요금의 두 배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지역 수자원 규제에 부합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AI 연산 인프라가 직면한 물·전력 수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편 뉴게바우어는 공동창업자인 릭 페리(Rick Perry) 전 텍사스 주지사와 그리핀 페리(Griffin Perry)와의 공개 타운홀을 제안하며,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이 실시간 질문을 통해 회사의 ‘과거·현재·미래’와 ‘프로젝트 마타도르’ 전략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기업가치의 향방은 전력 인프라 구축 속도와 초기 입주 ‘테넌트’ 유치 성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페르미’가 지배구조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전력 공급망을 계획대로 완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주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