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감사위원 후보 선임을 둘러싼 서스틴베스트의 반대 권고를 공개 반박했다. 9월 9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감사위원 한 자리를 둘러싼 표 대결이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 기준 논쟁으로 번졌다.
아시아경제는 영풍·MBK파트너스가 20일 입장문을 내고 서스틴베스트의 고려아연 감사위원 후보 권고를 정면으로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앞서 보고서에서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전체 주주의 장기적 이익에 상대적으로 더 부합한다”며 고려아연 이사회 측 백인규 후보 찬성을 권고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서스틴베스트가 자사 측 박유경 후보에는 반대하고 백 후보에는 찬성한 데 대해 “명백한 자기모순”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독립성, 전문성,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이라는 세 판단 기준이 감사위원 선임 취지와 맞지 않게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감사위원 선임에서 무엇을 우선 기준으로 볼지다. 서스틴베스트는 두 후보 모두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와의 관계에서 독립성을 의심할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독립성에는 유의미한 우열이 없다고 판단했다.
전문성에서는 공인회계사로 딜로이트안진에서 근무한 백 후보가 재무보고, 회계처리, 내부통제 등 감사위원회 핵심 직무와 직접 연관된 경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회사 측 후보인 백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낸 셈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후보가 만들어진 절차부터 다르다고 맞섰다. 박 후보는 주주와 기업지배구조 기관, 학계, 비정부기구(NGO) 등에 열린 공개추천과 외부 심사를 거쳐 선정됐고, 백 후보는 고려아연 공개추천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은 뒤 경영진 제안으로 이사회가 추천했다는 주장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은 독립적인 선임 절차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두 후보 사이에 독립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서스틴베스트가 실질적인 독립성을 무엇으로 평가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전문성 평가를 두고도 양측 주장은 갈렸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감사위원이 외부감사인이 아니라 이사회 안에서 경영진의 업무집행, 대규모 투자, 자본배분, 이해상충, 리스크 관리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에 대해서는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APG에서 17년간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를 총괄했고,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와 국민연금 ESG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고 소개했다. 회계·감사 경력만으로 감사위원 전문성을 판단하는 것은 역할을 좁게 본 평가라는 취지다.
가장 큰 충돌 지점은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이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고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이사회 감독 기능에 반영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을 선임하면서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제도의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밝혔다. 감사위원 후보 평가에서 경영 연속성을 앞세우는 것은 감사위원회의 견제 기능과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자에게 주주총회 안건의 찬반 의견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지배권 분쟁이나 이사회 구성 변경처럼 표 대결이 예상되는 안건에서는 자문사의 권고가 기관투자자의 판단에 참고 자료로 쓰인다.
이번 공방은 고려아연 임시주총이 감사위원 한 자리를 둘러싼 표 대결로 압축된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본지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감사위원 후보를 각각 내세웠고, 감사위원 선임 결과가 이사회 견제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갈등은 주총 자료의 사실관계를 둘러싼 공방으로도 이어졌다. 본지는 앞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설명자료 삭제를 요구하며 고발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9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안건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4인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선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