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를 오는 한미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했다. 이는 외교적 민감성과 국가 안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8일 열린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에서,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국가기본도 반출 허가에 대한 결정을 한 차례 더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4일부터 이미 한 차례 연장됐던 심의 기간은 다시 60일이 늘어나게 됐다.
이번 결정은 구글 측이 지도 반출과 관련된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데 따른 것이다. 협의체에는 국토부 외에도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요 부처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고정밀 지도정보가 해외로 반출될 경우 군사기지 등 국가 안보 시설의 위치 일부가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한국 정부의 보안 우려 해소를 위해 위성 지도에서 주요 군사 시설 등에 대해 모자이크 처리(블러), 위장 표현, 저해상도 전환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가 조건으로 제시한 국내 서버 설치 요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서버를 한국 내에 두게 되면 세금 부과 및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구글 측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만일 구글이 정부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즉 보안시설을 지도에서 식별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지도 데이터에서 민감한 좌표값을 제거하며, 보안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국내 서버를 설치할 경우에 한해서 반출 허용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구글은 2011년과 2016년에도 비슷한 요청을 했지만, 모두 불허된 바 있다. 데이터가 해외 서버에 저장되면, 우발적이거나 악의적인 유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즉각적인 제재를 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상회담 결과나 외교적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새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안보와 디지털 주권 보호라는 국가적 고려 요소가 뚜렷한 만큼, 완전한 지도 반출 허용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잖은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