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24시간 자본시장 체제 전환 가능성을 공동 성명으로 시사하며, 암호화폐 파생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양 기관은 암호화폐 시장의 특성과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 인프라 확장 흐름을 반영해, 전통 금융시장 또한 연중무휴 거래 시스템으로의 본격적인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현지시간 5일 양 기관이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공개됐다. 이들은 "온체인 금융 시스템의 확대를 고려할 때, 자산 전반에 걸친 24시간 거래 환경 조성은 필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기일이 없는 선물 계약인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과 특정 이벤트에 연동된 계약 상품에 대한 명확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다만, 전면적인 거래시간 확대 적용은 모든 자산군에 동일하게 적용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유보적 입장도 밝혔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항상 움직이는 구조다. 하지만 자산별 특수성에 따라 24시간 거래의 실현 가능성은 다를 수 있다”고 양 기관은 설명했다. 완전한 ‘항상 열려 있는 시장(Always-on market)’ 체제로의 전환은 자본 회전률 증가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동시에 각국 시간대에 따라 거래되지 않은 상태에서 넘어야 할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한편, 아시아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자산의 제도적 수용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벤처투자사 소라벤처스(Sora Ventures)는 비트코인(BTC)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트레저리 펀드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이 펀드는 향후 6개월 내 전체 규모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며, 대만 블록체인 위크에서 제이슨 팡(Jason Fang) 창립자가 이를 직접 공개했다.
팡은 해당 펀드를 “아시아 최초의 10억 달러 규모 비트코인 트레저리 펀드”로 소개하며, 비트코인을 지역 기관투자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특히 아시아 증시와의 접점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분명히 밝혔다. 이미 펀드는 아시아 전역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초기 2억 달러(약 2,780억 원)의 자금 약정을 확보한 상태다. 그는 “기업의 자산 흐름 다각화와 디지털 자산 친화적 환경 조성을 동시에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SEC 내부에서 발생한 IT 관리 부실 문제는 기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SEC 감사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게리 갠슬러(Gary Gensler) 전 SEC 위원장 명의의 공용 휴대전화에서 1년치 문자 메시지가 비가역적 형태로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삭제된 기간은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로, SEC가 암호화폐 규제 집행을 가장 활발히 추진하던 시점을 포함한다.
SEC 내부조사 결과, IT팀은 정확한 이해 없이 정책적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에 따라 갠슬러의 단말기에 저장돼 있던 문자 메시지와 운영 시스템 로그가 ‘기업용 초기화’ 시스템에 의해 영구 삭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사전 경고 알림, 소프트웨어 결함 보고 등도 무시됐으며, 백업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관리상의 과오가 중복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된 문자들 가운데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창업자들에 대한 SEC의 집행 방향, 시점 등을 포함한 핵심 의사결정 내역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어, 향후 소송 진행이나 의회 감사 과정에서 정보 공백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미 공공기록법 및 사법투명성 원칙에 기반한 시장 신뢰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