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DOJ)가 미국인을 노린 투자사기와 연계된 암호화폐(가상자산) 7억100만달러(약 1조403억원)를 동결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범죄수익을 신속히 묶어 피해자 환급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미 워싱턴DC 연방검찰(U.S. Attorney’s Office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산하 ‘스캠 센터 스트라이크 포스(Scam Center Strike Force)’가 수사기관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한 작전의 일환이다. 법무부는 거래소들의 ‘자발적 조치’와 법적 절차를 통해 해당 가상자산을 ‘제한(restrained)’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협조·법적 절차로 자금 세탁 고리 차단
법무부는 “스트라이크 포스는 사기와 관련한 자금세탁에 연루된 자금을 식별·압수·몰수해 가능한 경우 피해자에게 돌려주기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결 규모만 7억달러를 넘는 만큼, 단순 사건 처리 수준을 넘어 가상자산 기반 조직형 사기를 정조준한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동결은 범죄수익 환수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디지털자산 관리 논의와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압수한 암호화폐를 재원으로 ‘전략 비트코인(BTC) 비축’과 ‘디지털 자산 비축고(Digital Asset Stockpile)’를 구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어, 향후 몰수·환수 자산의 활용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텔레그램 채널 압수·가짜 투자사이트 503개 폐쇄
수사팀은 캄보디아의 암호화폐 사기센터로 구직자를 끌어들이는 데 쓰인 텔레그램 채널도 압수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고수익 투자’나 ‘원격 일자리’를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가상자산 입금을 요구하는 전형적 수법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또 피해자들이 암호화폐를 예치하도록 유도한 가짜 투자 웹사이트 최소 503개를 폐쇄하고, 해당 도메인이 법 집행기관에 의해 압수됐음을 알리는 안내 페이지로 대체했다. 미 수사당국은 미얀마(버마) 내 ‘순다(Shunda) 컴파운드’에서 암호화폐 투자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 황싱산(Huang Xingshan)과 장원지에(Jiang Wen Jie) 2명에 대한 형사 고소장과 체포영장도 공개했다.
싱가포르도 공조…전 세계 ‘가상자산 사기’ 단속 확산
가상자산 사기 단속은 미국만의 흐름이 아니다. 싱가포르 경찰청은 3월 16일부터 4월 15일까지 한 달간 작전을 통해 잠재 피해액 286만달러(약 42억5,000만원)를 막았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코인베이스, 코인하코, 제미니, 인디펜던트 리저브 등 거래소·가상자산 기업과 TRM랩스, 체이널리시스 등 블록체인 분석업체가 피해자 식별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경찰은 “경찰과 참여한 암호화폐 거래소 간 신속한 정보 교환이 피해자 식별과 즉각 개입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전화 및 대면 방식으로 90건 이상 직접 개입해 추가 피해를 차단했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올해 4월 보고서에서 2025년 한 해에만 사이버범죄 관련 신고가 100만건을 넘었고 피해액이 약 210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힌 만큼, 투자사기와 가상자산을 결합한 범죄를 겨냥한 글로벌 공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