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합병가액 산정에 주가뿐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합병비율 산정 기준이 시장가격 중심에서 공정가액 중심으로 바뀌면서 일반주주 보호 장치가 강화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재석 227명 중 찬성 226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합병가액을 정할 때 시장가격만 따르지 않고 회사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을 함께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 제도는 상장사 합병비율을 정할 때 주가를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합병 시점의 주가가 낮게 형성된 회사 주주가 불리한 비율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개정안은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합병가액 산정 기준을 공정가액으로 넓혔다. 공정가액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뿐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자산과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가치 등을 함께 고려해 거래가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합병가액은 합병비율을 정하는 출발점이다. 한 회사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면 그 회사 주주는 합병 이후 받는 지분이 줄어들 수 있다. 상장사 합병에서 가치평가 기준이 주주 간 이해관계와 직접 맞닿는 이유다.
개정안에는 외부 전문평가기관이 합병가액 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회사는 평가 결과와 이에 대한 이사회 의견을 공시해야 한다.
계열회사 간 합병에서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선정하도록 했다. 경영진이나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는 거래에서 평가 절차의 독립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주식매수청구권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데, 현행법은 매수가격을 이사회 결의일 이전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개정안은 이 매수가격에도 공정가액 방식을 적용하도록 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를 떠날 때 받는 가격도 단순 주가 산식이 아니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함께 반영해 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개정의 배경에는 과거 상장사 합병 논란이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는 합병비율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고 일반주주에게 불리했다는 논란이 장기간 이어졌다.
2024년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추진 때도 두산밥캣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상장사 구조개편 과정에서 시장가격만으로 회사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이 일반주주 보호에 충분한지 논란이 반복된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앞서 5월 14일 전체회의에서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했다. 당시 논의의 핵심도 상장사 합병가액을 주가 중심 산식에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함께 보는 방식으로 바꾸는 데 있었다.
공정가액 도입은 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받을 가격과 비율을 다시 계산하게 만드는 제도 변화다. 다만 실제 평가 방식과 가중치, 외부평가기관의 독립성 확보 방식은 하위 규정과 공시 실무에서 구체화될 사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