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산 첨단 AI 반도체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며 직접 발표에 나섰다.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은 아부다비에 첨단 기술이 집약된 AI 칩을 수출하게 된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큰 계약"이라며 중동 순방 마지막 날 현지에서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의 최신형 AI 칩을 UAE가 연간 50만 개씩 수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2025년부터 거래가 개시될 예정이다. 엔비디아 측은 보도에 대한 공식 논평을 삼갔다.
이번 발표는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의 AI 스타트업 '휴메인(Humain)'이 엔비디아와 AMD(AMD)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기로 한 계약에 이어 중동 지역에 대한 AI 기술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며, 사우디와의 총 1,420억 달러(약 204조 원) 규모의 방위 계약 및 카타르항공의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 계약 등 다수의 양해각서를 일제히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번 발표에 대한 질의에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정보기술 산업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제고를 주요 외교 전략으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첨단 AI 칩 수출 허용은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지정학적 균형을 노린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엔비디아가 미국 방침에 따라 제한되던 수출지역을 중동 주요국으로까지 확대하는 명분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AI 기술력 확산을 원하는 UAE 측 수요와 미국의 공급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이번 발표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 수출 규제 철회 방침과도 연결돼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AI 반도체 수출에 제한을 가하려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중동 순방은 그 기조 변화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 업계는 수출 제한 해제 움직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업계 1위인 엔비디아는 고성능 데이터센터용 GPU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계약이 본격 시행되는 2025년부터는 미국산 AI 칩의 중동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미국 기술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확대와 지정학적 영향력 강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합의는 단순한 수출계약을 넘어서 미국의 AI 산업이 국제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상징적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