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이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Siri)의 인공지능 기반을 개선하기 위해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 내부 AI 기술개발이 정체된 상황에서, 애플이 외부 기술도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기자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 양사와 회동을 갖고, 이들의 대형언어모델(LLM)을 애플 클라우드 인프라 내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맞춤형 모델 훈련을 요청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시리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측면에서 앤트로픽 측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애플은 자체 인공지능 기술 브랜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통해 시리에 챗GPT(ChatGPT)를 연동한 상태이나, 이는 사용자 선택에 따른 부가 기능에 불과하다. 이번에 검토 중인 시나리오는 아예 시리의 핵심 엔진을 외부 모델로 교체하는 방안이다.
다만 애플의 내부 AI 프로젝트인 ‘LLM 시리’도 여전히 개발 중이다. 자체 기술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기술과 병행해 시너지 전략을 모색하는 식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애플 내부 모델은 시중의 경쟁 제품들에 비해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결정은 애플이 생성형 AI 경쟁에서 뚜렷한 열세에 놓였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구글(GOOGL)의 제미니 모델이 안드로이드에 본격 통합되며 기민한 대응력을 보이는 반면, 애플은 여전히 기본적인 AI 기능조차 제대로 구동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시장의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시리조차 현재 월(月)조차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후 뚜렷한 혁신 제품 없이 정체된 애플에 있어 생성형 AI는 명운이 걸린 전장이 되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를 포함한 신제품들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 상황에서, 이번 AI 주도권 경쟁에서조차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브랜드 충성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이 결국 오픈AI 또는 앤트로픽 중 한 곳과 손잡게 되더라도, 이는 경쟁사들의 기술력에 의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내부 역량 강화와 외부 협력 간 균형 전략이 필수지만, 현재로선 *시간 부족*이 가장 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