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최근 개최한 '씽크(Think) 2025' 행사에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업 IT전략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는 인공지능은 물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양자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의 진화와 통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행사에 참석한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CEO는 IBM이 어떤 방식으로 혁신을 추구하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목할 점은 대형 언어모델(LLM)이 아닌 '소형 언어모델(SLM)'에 대한 IBM의 강한 메시지였다. 전통적으로 소비자 중심의 AI는 다양한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과 확장성을 중시해 LLM을 적용해왔지만, 기업 고객은 전문성과 효율성이 핵심이다. IBM은 이에 발맞춰 다양한 산업군에서 적용 가능한 SLM을 대거 공개했으며, 이는 컴퓨팅 자원 소비를 줄이면서도 특정 업무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IBM은 메인프레임의 부활을 강조했다. 많은 기술 기업들이 탈(脫)메인프레임을 외치는 가운데, IBM은 여전히 금융 등 주요 산업에서 메인프레임이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에 IBM이 발표한 '리눅스원(LinuxONE) 엠퍼러 5'는 개방성과 확장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AI와의 통합 활용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업 고객들이 메인프레임 데이터를 AI 전략에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IBM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 혁신'을 지향한다는 점도 이번 행사에서 재확인됐다. 크리슈나 CEO는 IBM이 직접 기술을 발명해야 진정한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자바(Java)의 엔터프라이즈 확장과 최근 발표한 영역 특화 AI 모델군이 있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이 IBM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자산이 되리라고 확신했다.
또한 AI가 가져올 고용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IBM은 현실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AI 확산이 일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직종이 생겨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IBM은 이미 다수의 인력을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술 전환기에 대비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전환이 정보 접근을 민주화했듯, AI는 전문성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며, 그에 따른 새로운 수요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IBM의 성장 전략에서 '파트너 생태계'도 중요한 축이다. 행사 첫날은 '파트너 플러스 데이'로 구성돼 리셀러, 시스템 통합업체, 독립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다양한 협력사가 참여했다. 대기업 위주의 전통 생태계뿐 아니라, 민첩한 스타트업과도 적극 협력해 AI와 같은 신기술의 사용 사례를 확대한다는 게 IBM의 전략이다. 특히 IBM이 주력하고 있는 양자컴퓨팅과 AI 분야에서 파트너와의 협업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오랜 기간 보수적인 이미지로 평가되던 IBM은 이번 행사에서 기술 리더십과 혁신 방향성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AI, 양자컴퓨팅, 메인프레임, 자바 등 기존의 강점을 고도화함과 동시에, 작은 언어모델 같은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과제를 정의해가는 모습은 IBM의 변화된 정체성을 보여준다. 씽크 2025에서의 발표가 단순한 선언으로 끝날지, 실제 기업 세계의 혁신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다만, 이번 이벤트는 IBM이 변화의 중심에 서고자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달하기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