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인스트루먼트, 美에 115조 투자… AI·반도체 공급망 '빅딜'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가 800억 달러(약 115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제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첨단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이 투자금의 상당수를 자사의 확장 거점인 텍사스 셔먼 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생산설비 두 곳이 들어선 이 지역에는 앞으로 추가로 두 개의 팹(fab)이 새로 건설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약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가 투입된다. 첫 번째 시설은 올해 안으로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나머지 시설도 곧 생산장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리처드슨(텍사스)과 레히(유타) 지역에 위치한 두 생산단지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 두 지역 모두 현재 각각 두 개의 팹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 역량 확장을 위해 상당한 자금이 내년에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투자 계획의 전체 기간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의 대표주자로, 디지털 신호만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달리, 전압·전류 등 다양한 아날로그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칩을 생산한다. 이들 칩은 복잡한 연산보다는 전원 관리, 센서 제어, 모터 작동 등 다양한 임베디드 용도에 활용된다.

특히, 로봇 팔에 장착되는 모터 제어용 칩이나 렌즈 세척용 초음파 진동 발생 칩과 같은 특수 부품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전 세계 시장에서 10만 종이 넘는 반도체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이번 설비 투자 확대는 AI 데이터센터의 전원 효율을 높이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최근 엔비디아(NVDA)와 협력해 AI 시스템 전원 최적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양사는 장기적으로 미국 제조업 인프라 재건에도 협력할 것임을 예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함께 미국 내 AI 공장 인프라 구축을 가속할 것”이라며 파트너십 지속을 공식화했다.

이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첨단 제조 회귀 흐름 속에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제조업 복원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전략 산업 안보 목표에도 부합하는 행보로 평가된다.